국내 최초 천주교 교구 지역박물관인 광주가톨릭박물관이 지난 19일 개관식을 열고 상설전 ‘이 땅에 빛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선 한국 천주교의 복음 역사뿐 아니라 광주대교구가 광주·전남지역에서 발생한 아픔을 함께 했던 발자취를 살필 수 있는 유물들을 전시했다. 눈길을 끄는 유물은 전두환 정권 때인 1984년 5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103위 성인 시성식 때 입었던 황금 제의를 복제한 옷이다. 이 옷은 로마식 제의가 아니라, 비단에 구름무늬가 들어가는 등 한복 형식으로 제작됐다. 원본 제의는 교황청으로 옮겨졌다. 제의를 제작한 고 김희진 작가는 ‘옷본’으로 똑같은 모양의 제의를 제작한 뒤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경북 칠곡)에 기증했다.
광주가톨릭박물관은 베네딕도회 왜관수도회에서 1년간 빌렸다. 이 옷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서울 도착 다음날 광주를 방문했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다. 이나원 학예사는 “당시 교황님께 5·18 희생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서 금남로를 꼭 가야 한다고 하셨고, 금남로를 통과해 무등경기장으로 도착하셔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미사를 봉헌하셨다”고 말했다.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앉았던 의자도 볼 수 있다. 이 교황좌는 손잡이 부분에 교황청을 상징하는 솔방울이 그려져 있고, 중앙 위·아래엔 무궁화가 새겨져 있으며, 무궁화 중심에 십자가가 있어 독특하다.
광주가톨릭박물관이 자랑하는 유물 중의 하나가 쿰란 토기다. 기원전 1세기에 존재했던 유대교 쿰란 공동체에서 사용했던 이 토기는 식사 전 의식 때 사용했던 포도주 잔으로 추정된다. 유대교 율법과 구약성서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이나원 학예사는 “시기상으로 볼 때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던 잔과 비슷하다는 가설도 나온다”고 말했다.
5·18 때 진실 규명에 앞장섰던 윤공희 대주교가 미사를 집전할 때 입었던 붉은 제의와, 세월호 참사 때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눴던 대교구 성직자·신자들의 모습을 담은 자료도 선보인다. 광주가톨릭박물관 쪽은 “이 지역 사회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눴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 교회의 사명을 생각할 수 있는 취지의 전시”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가톨릭박물관은 광주대교구청 주차장 터에 연면적 736㎡, 높이 10.5m,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