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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동(가운데) 아빠스가 산호세 수도원 십자가 앞에서 장경욱(왼쪽) 신부 등 현지 수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컨테이너 4동이 수도원과 성당으로 쓰는 건물이고, 왼쪽이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장이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지난 7월 열흘 일정으로 쿠바 산호세 주님공현수도원을 방문, 왜관수도원에서 파견된 장경욱(아론, 산호세수도원 수련장 겸 재정 담당) 신부 등 5명으로 구성된 현지 수도공동체와 선교지 상황을 둘러봤다.
박 아빠스가 쿠바를 찾기는 2014년 남미 콜롬비아에 열린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연합회 총회 때 아빠스 20여 명과 함께 방문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연합회 아빠스들은 99만 1735.5㎡(30만 평) 규모 산호세수도원 대지에 3m 높이 십자가를 세우고 이 터전에 성당과 수도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박 아빠스는 “산호세수도원은 2016년 수도원 건립 용지에 컨테이너 4개 동을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양철 지붕을 얹은 뒤 시작했던 수도생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현지인 종신서원자와 수련자가 생기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수도생활의 기초를 다졌다”고 밝혔다.
다만 컨테이너 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은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피정 지도와 함께 강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도생활을 하고 있지만, 농사를 지어도 정부 허가 없이는 농산물 판매를 할 수 없어 쿠바 교회의 협력을 통해 농산물을 급식이나 자선에 쓰고 있다. 또한, 쿠바 교회는 가톨릭 신앙에 샤머니즘과 같은 미신적 요소가 가미돼 있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도 열심이다. 수도자들은 오는 11월 쿠바 교회에가개최하는 수호성인 크리스토 폴 지정 500주년 경축행사 준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박 아빠스는 “재정도 어렵고,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수도생활이 아주 제한적이고 어려움이 크지만, 연합회 차원에서도 쿠바에 제대로 된 수도원을 짓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쿠바 정부와 교회가 개방을 향해 나아가는 상황이기에 현재 수도생활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기만 한다면 쿠바에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을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 수도원 세우기
남ㆍ북미를 통틀어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 수도원이 세워진 것은 199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쿠바를 사목 방문, 당시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수도원 설립을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2008년 당시 아바나대교구장 하이메 오르테가 알라미노 추기경의 도움으로 현지 수도원 건립 허가가 나면서 정부에서 수도원 대지를 받았다.
2016년 한국과 필리핀에서 파견된 수도자, 현지인 수도자들을 중심으로 수도생활이 시작됐으며, 유일한 한국인 수도자인 장경욱 신부는 산호세수도원과 30㎞가량 떨어진 아바나 가르멜본당을 오가며 수도생활과 사목을 병행하고 있다.
박 아빠스는 이에 앞서 미국 뉴튼수도원을 방문, 5일간에 걸쳐 현지 수도공동체를 둘러보고 공동체 현황을 살폈다. 뉴튼수도원은 현지 대안학교에 수도원 건물을 빌려주고 그 임대료로 수도원 재정 확충에 도움을 받았으나 1년 전 임대가 끊기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