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문화인터뷰 「수도 영성의 기원」 「사막의 안토니우스」 펴낸 허성석 신부 (가톨릭 신문, 2015년 4월 26일)

procurator 0 1,519 2015.04.23 20:40
문화인터뷰 「수도 영성의 기원」 「사막의 안토니우스」 펴낸  허성석 신부
“뿌리 제대로 알아야 신앙 바로잡을 수 있어”  초기 수도승 생활 핵심 전하며 
수도 영성 전통 돌아보게 해 현대 신앙인들 위한 교훈 제시


“원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과거를 무시하면 현재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고, 미래의 방향도 제대로 잡아나갈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교 전통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거기서 오늘날 우리의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의 방향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사막의 안토니우스」(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안토니우스 지음/ 허성석 옮김/ 272쪽/ 1만3000원/ 분도출판사)를 출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수도 영성의 기원」(허성석 엮음/ 324쪽/ 1만6000원/ 분도출판사)을 새롭게 펴낸 분도출판사 부사장 허성석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허 신부는 「수도 영성의 기원」 출간 취지를 설명하며 교회의 쇄신 문제를 언급했다. 

「수도 영성의 기원」은 프랑스 시토 수도원의 뤽 브레사르(Luc Bresard)의 강의록 ‘수도승 영성’(Monastic Spirituality)을 새롭게 엮어 지난 2011년 들숨날숨(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1999년 창간한 월간 문화교양지)에서 출판한 「수도승 영성사」의 개정판이다. 책의 내용이나 구성 면에서 달라진 점은 없지만, 각주를 풍부히 보완하고 2011년 이후에 출간된 참고문헌을 포함시켜 완성도가 높아졌다. 

「수도 영성의 기원」은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영성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교과서 같은 책이다. 수도 영성의 기원을 탐구할 수 있도록 수도승 생활의 전사(前史)와 수도승 생활 개관을 전반부에 배치하고 ▲성 안토니우스 ▲성 파코미우스 ▲요한 카시아누스 ▲요한 클리마쿠스 등 초기 수도승 생활의 중심에 있었던 핵심 인물과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례를 받았지만 신흥종교의 가르침에 귀가 솔깃해지는 신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허 신부는 “그리스도 영성의 뿌리를 모른다면 우리 신앙도 방향을 잃고 만다”고 강조했다.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린다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못보기 때문입니다. 묻혀있는 그리스도교 전통의 값진 보화들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신흥종교에 기웃거리지 않게 됩니다.” 

영성의 뿌리를 깊이 있게 갈구하는 이라면 큰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가벼운 것만 찾는 이들에게는 지루하고 답답하게만 보일 수 있다. 허 신부는 수도 영성에서 길어올릴 수 있는 교훈을 제시하는 실천적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서 역할분담이 필요합니다. 거룩한 전통에서 그리스도교의 고전과 같은 보화를 캐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현대 신앙인들에게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작업도 필수적입니다. 무조건 전통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원천으로부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허 신부는 이보다 앞서 「사막의 안토니우스」를 펴낸 바 있다. 「사막의 안토니우스」는 「수도 영성의 기원」에 소개된 성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작품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동서방을 통틀어 수도생활 역사의 시조로 불리는 성 안토니우스(251~356)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20세 되던 해에 부자 청년에 관한 복음(마태 19,21)을 듣고 자기 재산을 팔아 주님을 따랐다. 생전에 ‘하느님의 사람’(vir Dei)으로 불렸던 성 안토니우스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식사에 초청했을 때도 응하지 않는 등 세속의 영광과 철저히 거리를 유지했다. 

105세를 일기로 선종하기까지 성 안토니우스는 사막에서 은둔생활을 했지만, 고독 속에만 갇힌 채 하느님을 섬기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단 2회 대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로 외출했다. 첫 번째 방문은 박해 받는 그리스도인들을 변호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 방문은 아리우스 이단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성 안토니우스는 고독과 침묵 속에서 평생 은수생활을 했지만, 교회의 요청이 있을 때는 기꺼이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수도생활과 교회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됩니다.”

열정이 충만했던 성 안토니우스는 자기에게 없는 덕을 갖춘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그를 찾았다. 허 신부는 이 일화에서 ‘지혜로운 꿀벌 교훈’을 길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꿀벌은 하나의 꽃에서 꿀을 채집하지 않지요. 성 안토니우스도 마찬가지로 각 사람에게 있는 고유한 덕을 체득하지 않고는 본인 거처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것은 다 스승’이라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심지어 나쁜 것을 통해서도 우리는 배울 수 있지요. 이 책은 그런 교훈을 길어올릴 수 있는 1차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던 성 안토니우스를 통해 불가능하게 보이는 주님의 명령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허 신부는 책을 출간하면서 교회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교회는 신자들로 하여금 이런 보물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도록 고무시켜야 합니다. 성경에 대한 관심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늘어나긴 했지만, 교부들의 가르침이나 수도 영성의 전통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사명감을 지닌 평신도 신학자들이 나서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지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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