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가톨릭 리빙] 가실성당 (평화신문, 2015년 7월 26일)

procurator 0 1,569 2015.08.17 17:03
 
기획특집
[가톨릭 리빙] 가실성당
외딴곳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집(佳室)… 한 폭의 그림 같죠 
2015. 07. 26발행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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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곳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집(佳室)… 한 폭의 그림 같죠 
 

만나고 싶은 연인을 상상하듯,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성당을 그려본다면…먼저 성당이 복잡한 도심이 아닌 한적한 시골에 있으면 좋겠다. 시골에 있으니 당연히 크지는 않을 것이고,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뾰족 탑 성당이 어울리겠다. 언덕 기슭에 자리를 잡아 전망이 탁 트인 데다 온통 푸름에 둘러싸여 공기 내음마저 상쾌한 그런 성당이면 더 좋겠다. 성당에는 오랜 역사의 향취가 배어 있고, 내부는 성미술 걸작으로 가득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충 느낌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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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가실성당 성모방과 잔디밭.

그 느낌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성당, 경북 왜관에 있는 가실성당(주임 황동환 신부)이다. 위에 묘사한 그대로다. 가실, 얼핏 보면 순우리말 같지만 실상은 ‘아름다운 집’(佳室)이라는 뜻을 지닌 한자어다. 어쨌거나 이름 하나는 제대로 지었다. 이름값 하고도 남는다.

 

 

올해로 120돌을 맞은 가실성당

가실본당은 한국 교회 전체로는 11번째, 대구대교구에서는 계산주교좌본당에 이어 두 번째로 1895년에 설립됐다. 올해로 120돌을 맞았다. 역사가 그렇게 깊은 줄 몰랐다. 그런데 큰 도시가 아닌 작은 왜관읍, 그것도 읍내에서 차로 10분은 가야 하는 변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 배경을 이해하자면 또 다른 상상의 나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차도 없고, 기차도 없던 시절에 유용한 교통수단은 바로 배였다. 성당이 자리 잡은 낙산 지역은 낙동강 포구가 있는 교통의 요지였다. 경상도 곳곳에 흩어진 교우촌을 찾아 사목하려면 무엇보다 교통이 편해야 했다. 낙산이 포교의 거점으로 낙점을 받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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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실성당.


지금의 성당과 사제관은 1924년에 지은 것이다. 중국인 기술자들이 현장에서 벽돌을 구웠고, 여동선(파리외방전교회) 주임 신부는 벽돌을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튼튼한 것만 골라 쓸 만큼 정성을 쏟았다. 완공 후 본당의 수호성인인 안나상을 프랑스에서 들여왔다. 마리아의 어머니인 이 성녀 안나상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성당은 6ㆍ25전쟁 때 북한군이 임시 병원으로 사용하느라 파괴를 면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고풍스러운 성당과 사제관은 2003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48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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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실성당 제대 오른편에 있는 성녀 안나와 마리아상.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성당을 둘러볼 차례다. 성당 표지석이 있는 입구에서 성당까지 200여m는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가 하늘을 덮는 작은 숲길이다. 성당이 온전히 보일 때까지 걸어 올라가다 보면 왼편 언덕에 사제관, 그리고 그 아래로는 너른 잔디밭을 앞에 두고 큰 나무로 뒤덮인 성모당이 순례객을 맞는다. 푸른 숲과 잔디가 주는 싱그러운 풀 내음에 성모 마리아가 전하는 평화가 더해지면서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스르르 무장해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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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작가 에기노 바이너트가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손숙희 화백이 그린 14처.


신발을 벗고 작은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순서대로 그린 10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끈다. 독일 작가 에기노 바이너트가 2001년 가실성당을 위해 제작한 명품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이사이에는 동양화가 손숙희(라우렌시아)씨가 그린 14처가 걸려 있다. 제대 뒤편에 있는 감실은 칠보로 그림을 새겼다. 제대 오른편에는 앞서 소개한 안나상이 있다. 

 

대충 둘러만 보다 나가지 말고 잠시 앉아보자. 성모당에서 무장해제당한 마음을 하느님께 돌리기 딱 좋은 기도 공간이다. 이곳을 찾은 순례객들이 성당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무엇보다 기도하기 참 좋은 곳이라고 입을 모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성당은 24시간 개방한다. 언제 가도 문이 잠겨 낭패 볼 일은 없다.

 

방문시 꼭 들러볼 곳

이왕 가실성당을 방문했으니 사제관에 있는 유물 전시실도 꼭 한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있을 수 없다. 이곳을 거쳐 간 사제들이 남긴 손때 묻은 유품들을 마주하면서 그들의 자취를 더듬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평소엔 문이 잠겨 있으나 본당 사무실에 얘기하면 열어준다. 

20여 명이 피정할 수 있는 ‘순례자의 집’도 있다. 씻는 시설이 좀 불편한 게 흠이다. 그렇지만 다른 데도 아닌 가실성당에서의 피정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2004년 권상우ㆍ하지원이 주연한 영화 ‘신부수업’을 촬영한 곳도 가실성당이다. 

황동환(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주임 신부는 “신자는 물론 모든 이가 즐겨 찾을 수 있도록 가실성당을 새롭게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곳을 찾는 이가 마음의 평화와 생명의 복음을 얻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 054-976-1102, www.gasil.kr

 글ㆍ사진=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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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성당과 함께 찾아갈 만한 두 곳
멀리 왜관까지 갔으면 가실성당 말고도 꼭 가봐야 할 곳이 두 군데 더 있다. 왜관 읍내에 있는 구상문학관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다. 

 

구상문학관은 660㎡ 규모의 2층 건물로 가톨릭 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구상(요한 세례자, 1919∼2004) 시인을 기리는 공간이다. 구상 시인은 6ㆍ25전쟁 직후부터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22년을 왜관에서 살았다. 

구상문학관은 1층에 시인의 문단 활동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과 편지, 서화 등을 전시했고, 2층에는 구상 시인이 기증한 2만 7000여 권의 도서를 비치했다. 집필실이자 많은 문화ㆍ예술인이 들렀던 관수재(觀水齋)는 시인의 체취를 느끼게 해준다. 문의 : 054-979-6447, http://kusang.chilgok.go.kr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무엇보다 수도원에서 거행하는 미사와 기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일반 본당과는 다른 수도원 특유의 전례와 천상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성가는 잊지 못할 신앙의 추억이 될 것이다. 

낮 동안 수도원 성당과 정원은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언제든 찾아가 성체조배와 묵상을 할 수 있다. 미사와 기도 시간은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문의 : 054-970-2000, http://www.o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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