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100년전 독일신부가 벌꿀짜며 쓴 국내 첫 양봉교재 귀환(한겨레, 2018년 1월 29일)

procurator 0 1,486 2018.02.02 15:00

100년전 독일신부가 벌꿀짜며 쓴 국내 첫 양봉교재 귀환

     
       
[한겨레] ‘구걸근’ 신부의 <양봉요지>원본 독일서 반환

왜관수도원 파견 독일신부가 현지수도원서 확인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합의 27일 반환식 열어



한겨레

1918년 독일신부 구걸근이 펴낸 <양봉요지>원본의 표지(왼쪽)와 내지 일부.


양봉이라고 하면 줄줄이 늘어선 벌집 행렬과 보호복 차림 인부들이 꿀을 잔뜩 머금은 양봉판을 꺼내 꿀을 짜는 광경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서양식 양봉기술을 처음 이땅에 들여온 이는 누구일까.

국내에서 근대 양봉의 선구자는 ‘구걸근’이란 한국이름을 쓴 독일인 신부다. 본명은 카니시우스 퀴겔겐(1884~1964). 1911년 성베네딕도 수도회 선교사로 서울 혜화동 수도원에 파견돼 40여년간 이땅에서 살다 독일로 돌아간 인물이다. 특이하게도 양봉에 관심이 많아 조선인들과 함께 직접 벌집을 만들어 꿀을 짜냈고, 1918년 서양 양봉기술과 경험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를 우리말로 펴냈다. 국내 최초의 양봉술 교재로 알려진 <양봉요지(養蜂要誌)>다. 2015년 경북 칠곡군 왜관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영인본이 발견돼 눈길을 모은 바 있다.

한국 양봉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료로 평가되는 이 <양봉요지>의 원본 유일본이 최근 구걸근 신부가 처음 책을 낸지 100년만에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화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27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재단, 칠곡군청의 관계자들과 함께 독일 뷔르츠부르크 인근의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에서 <양봉요지> 반환식을 열고 영구대여 형식으로 현지 수도원이 소장해온 책 원본을 인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왜관수도원 등의 관련 기록에 따르면, <양봉요지>는 1918년 국문으로 편찬할 당시 등사본 150권이 발행됐다. 그중 일부가 출간 직후 독일 수도원에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 소장본 외에는 행방을 알 수 없다. <양봉요지> 원본은 왜관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된 바르톨로메오 헨네켄(한국명 현익현) 신부가 2014년 독일 휴가 기간중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 도서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그뒤 헨네켄 신부가 이 사실을 왜관수도원에 알리면서, 국내 양봉역사에서 이 책이 지닌 가치를 고려해 돌려주는 방안을 두 수도원이 논의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수년간 교섭이 이어져왔다.

특기할만한 건 왜관수도원 쪽이 이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인 칠곡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의 전문기관, 연구자들과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했다는 점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풍부한 문화재 환수 경험을 바탕으로 반환 방식과 반환 뒤의 학술연구, 보존방식, 영인본 제작 같은 실무작업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관할 지자체이자 국내 유일의 양봉특구인 칠곡군도 힘을 보탰다. 책의 존재가 알려지자 백선기 칠곡군수는 군내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양봉요지>에 가로쓰기 설명글을 붙인 현대어 해제본을 만들게 했다. 지난해 3월 원본을 소장한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의 원장인 미카엘 리펜 아빠스가 왜관 수도원을 찾았을 때는 책의 중요성에 대해 양봉 관계자들과 함께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한국 반환을 기대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는 가운데 왜관수도원 원장인 박현동 아빠스가 지난해 10월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을 방문해 미카엘 리펜 아빠스와 영구대여 방식 반환에 대해 논의했고, 현지 수도원 장로회의 결정을 거쳐 책 출판 100주년인 새해 첫달에 영구대여 형식의 반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2000년대 이후 국외 문화재 환수 과정에서 뚜렷한 이정표를 세운 경험을 갖고있다. 2005년 10월 협력관계인 독일 상트오틸리엔 수도원이 일제강점기에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던중 수집, 소장해왔던 18세기 대화가 겸재 정선의 화첩을 베네딕도회 한국 전도 100주년을 맞아 영구대여 방식으로 반환받는데 합의해 문화재환수의 독창적인 선례를 만든 바 있기 때문이다. 13년전 겸재 그림의 환수에 이어 이번에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칠곡군의 협업으로 또다른 환수의 모범사례를 일군 셈이 됐다.

한겨레

지난 27일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에서 열린 <양봉요지>반환식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박현동 아빠스, 미카엘 리펜 아빠스, 백선기 칠곡군수.


지난 27일 열린 반환식에는 왜관 수도원 원장인 박현동 아빠스,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 원장인 미카엘 리펜 아빠스와 수도자들, 백선기 칠곡군수,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미카엘 리펜 아빠스는 반환식에서 “왜관수도원과의 형제 관계 안에서 책을 영구히 맡기기로 결정했다. 100년만에 책이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는데, 하느님의 창조물인 벌들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왜관에서도 꽃피기를 기대한다”는 덕담을 건넸다고 재단 쪽은 전했다. 수도원과 칠곡군 쪽은 <양봉요지>를 오는 3월 군내에 개관하는 꿀벌나라테마공원의 전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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