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공지영 “고통요? 알고보면 그게 고통이 아니더라고요” (경향신문, 2014년 12월 28일)

procurator 0 1,465 2015.01.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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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고통요? 알고보면 그게 고통이 아니더라고요”
왜관 | 글·사진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ㆍ‘수도원 기행2’ 독자들과 함께한 1박2일 왜관수도원 체험

▲ 세월호 가족 이호진씨도 참가
“도움 준 분들이 어떤 모습 원할지 생각해보니 일어서게 됐어요”


“극한의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신앙 혹은 지인에게 기댑니다. 작가님은 어느 쪽이신지요. 그리고 가장 힘들 때 어떤 분의 힘으로, 어떤 책을 읽고 다시 걸을 수 있으셨나요.”

세월호 참사로 막내아들 승현군을 잃은 아버지 이호진씨(56)가 소설가 공지영씨(51)에게 물었다. 지난여름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십자가를 지고 800㎞를 걸어 교황이 미사를 봉헌한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갔던 이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됐다. 이씨 외에도 세상살이에 지쳐 위로를 찾는 사람들 30여명이 공씨와 함께 27~28일 경북 칠곡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머물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를 낸 분도출판사가 마련한 ‘공지영 작가와 함께하는 1박2일 왜관 수도원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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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받은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56·왼쪽)와 작가 공지영씨(51)가 28일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씨는 공씨와 이미 인연이 있다. 이씨가 세례 받은 뒤 공씨가 자신의 책을 선물했고, 다른 집으로 이사한 이씨의 집들이 때도 함께했다. 이씨는 “공 작가가 올 줄 몰랐는데 흔쾌히 초대에 응해주고 스스럼없이 다른 손님들과 어울리며 노래도 불러줘서 고마웠다”면서 “<수도원 기행2>에서 세월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쓴 부분을 집들이 때 공 작가가 직접 10분간 낭독해줬는데 울지 않으려고 일부러 집중해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씨가 신앙 속에서 평화를 찾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수도원 기행2>를 읽은 독자들은 작가에게 고통에 대해 물었다. “공 작가님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원동력이 무엇인가요.”(정수린) “정말 힘들 때 내가 어떻게 했지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면 고통이 거짓인 것 같아요. 힘듦 자체가 거짓이라는 건 아니고 그건 맞는데, 고통이 고통인 척 우리를 속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공지영)

공씨는 또 “제가 여기 계신 수사님들보다는 별별 일을 많이 겪었다”며 “태풍이 몰아치면 전에는 대책 없이 흔들리는데 지금은 붙들 문고리, 기둥이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인간을 통해서 받고 싶었던 모든 게 하느님에게 집약돼 있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27일 밤 끝기도 후 수도원 수도자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정수용 루치아노 수사는 이호진씨를 위해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노래했다. 이씨는 세례 전보다 조금 바뀌었다고 했다. “전에는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어찌해야 되는지 몰라서 걸었어요. 그런데 걷는 중에 상상 밖으로 많은 분들이 은혜와 사랑을 지속적으로 줬어요. 교황님이 세례 주셨을 땐 구름이 제 몸을 칭칭 감고 기분 좋게 조여오는 느낌이었어요. 한 번 생각했죠. 도움을 준 분들이 내 눈물과 슬픔을 보고 싶어할까, 새로 준비하고 일어서려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까. 후자라는 생각에 좀 더 잘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는 남자 수도자 130여명이 속해 있다. 체험 참가자들은 1박2일 동안 기도와 미사 전례에 참석했다. 수도원 생활은 오전 5시(휴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기도로 시작해 오후 8시 끝기도로 마친다. 기도 중에 수도자들은 찬미가와 성경 구절을 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보통 성당에서는 보고 들을 수 없는 기도다. 김정완씨(56)는 “아름다운 노래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명을 받았다”며 “신앙에 모든 걸 건 수도자들을 보니 내 신앙에도 더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은 하루 5번의 기도와 묵상, 식사 시간 외에는 일한다. 성 베네딕도회의 사목 규칙은 ‘기도하고 일하라’이다. 몸을 쓰는 노동, 분업 아닌 전인적 노동을 지향한다. 수도자들은 직접 금속을 두드려 성작·성배 등 교회 예식에 쓰이는 물품을 만드는 금속공예실, 성당 창유리에 들어가는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드는 유리공예실 등에서 물건을 만들며 일과를 보낸다. 식사 때 먹는 쌀과 음식 재료도 대부분 직접 길러낸다. 성 베네딕도회 찬미가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노동의 체험 없는 사람들이여/ 노동의 수고로움 모두 깨닫고/ 곤궁한 이들에게 도움 주어라/ 인자한 마음으로 대해 주어라.” 공씨는 <수도원 기행2>에 나오는 수도원 대다수를 왜관 수도원에서 소개받아 방문했다. 또 이곳에서 발견한 기록을 계기로 공씨는 한 수사의 사랑 이야기인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지난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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