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교에서 수도승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 수도원, 화순 수도원, 서울 수도원을 거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본원장 소임을 맡고 있는 허성석 신부.
수도자로 걸어온 30여 년의 시간들이 “숱한 오류와 잘못을 저질렀고 넘어짐의 연속이었지만, 그 전 과정을 이끌어 오신 하느님의 섭리와 그 안에 스며있는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발견하는 은혜로운 기회”였다고 밝힌 허 신부는 지나온 삶의 편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바닥 친 영성」은 주님의 뜻을 따라 묵묵히 수도자의 길을 걸어온 한 사제의 영적 편지다.
이 책은 ‘내려놓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백과 무위의 지혜’, ‘영적 다이어트’로 이어지는 글을 통해 허 신부는 ‘물러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물건이나 재물, 명예나 권력, 건강과 일은 물론이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집착하고 점점 더 많은 것을 잡으려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합니다. 내 안에 자아가 단단하지 못하기에 외적인 것에 관심이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문제에서 벗어나 고요와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조용한 가운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시간만으로도 우리의 영혼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마태오 복음 11장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이 기억해야 할 삶의 방향이라는 설명도 허 신부는 덧붙인다.
“겸손은 그리스도교 영성에서, 특히 수도승 영성에서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습니다. 하느님의 엄위하심과 우리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런 의미에서 허 신부는 겸손은 자신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허 신부는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렇기 때문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주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겸손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