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8 부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밀랍 부활초’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3-27 수정일 2018-03-28 발행일 2018-04-01 제 3088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수백번 밀랍에 담갔다 뺐다…
기도로 만드는 부활초

① 딱딱한 밀랍 덩어리를 깬다.

② 밀랍을 끓여 녹인다.

③ 초를 밀랍에 수백 번 담갔다 뺀 후 건조해 완성한다.

④ 완성된 부활초

부활초는 대개 밀랍으로 만든다.

예로부터 벌은 동정성을 지닌 피조물로 여겨졌다. 그래서 교부들은 벌을 동정녀 마리아에 비유했고 밀랍을 동정 잉태의 결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밀랍으로 만들어진 초는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환경적 영향 등으로 밀랍이 귀해지고 수작업이 까다롭다는 이유 등으로 교회 안에서도 밀랍초 생산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이하 왜관 수도원)에서는 여전히 밀랍 100% 부활초를 만들고 있다.

왜관 수도원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초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도자들이 직접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밀랍초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에 얻은 결실이다.

딱딱한 덩어리 상태의 밀랍을 주전자에 넣고 끓이기부터 시작한다. 10㎝ 두께에 6㎏ 무게에 달하는 부활초를 완성하기 위해 초를 밀랍에 수백 번 담갔다 빼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면 보름 정도가 걸린다.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새벽에 시작해 한밤중이 되어서도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멈출 수가 없다. 믿음 안에서 일하고, 일 속에서 기도하는 수도자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밀랍 부활초. 자신의 몸을 녹여 빛을 내는 부활초를 보며 우리도 빛의 자녀로 살아갈 것을 다시 다짐한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