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인재 영입, 정선의 <초당춘수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인재 영입, 정선의 <초당춘수도>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2-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삼고초려
정선 작, 초당춘수도(草堂春睡圖, 견본담채, 23.5 × 29.5cm, 배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 ~ 1759, 조선 화가)의 그림에 <초당춘수도(草堂春睡圖, 견본담채, 23.5 × 29.5cm, 배네딕도회 왜관수도원)>가 있다. 독일에 80년이나 나들이한 《겸재정선화첩》 속 21점 중 하나이다. 화첩에는 산수화 7점 포함, 고사인물도가 주로 담겨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를 참고하면,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Norbert Weber) 대원장이 1925년 방한 중에 수집해 가져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1911년과 1925년 2차례에 걸쳐 한국에 다녀갔으며, 저서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1915), 《금강산》(1927)이 있다. 1927년 《고요한 아침의 나라》 기록영화도 만들었다.

1975년 독일 유학중이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발견, 논문을 발표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2005년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이 한국의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 왜관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다.

<초당춘수도>에는 산속 초가의 한가로운 모습이 담겨있다. 주인은 봄잠에 들어있고, 찾아온 손님이 문밖에서 시중드는 아이와 이야기 하고 있다. 주위에 폭포, 대나무, 소나무, 학이 등장한다. 모두 은일하는 사람 품격의 상징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장면이다. <삼국지>는 우리 일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림, 음악, 신앙, 병법, 철학 등에 다양한 방법으로 녹아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한 소설만도 수십 종에 이른다. '연의(演義)'는 이해하기 쉽고 즐길 수 있도록 살붙이고 재미있게 설명한 것으로,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 와는 차이가 있다. 삼국지라 함은 서기 184년 중국 후한의 쇠퇴부터 서진이 중국을 통일한 280년까지, 100여년에 걸친 흥망성쇠(興亡盛衰)의 중국 역사서이다. 어쨌거나 그 속에 고사성어 포함, 주목할 소토리텔링이 수없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삼고초려이며, 삼고모려라(三顧茅廬)고도 한다. 인재에 대한 화두가 담겨있기 때문에 많이 인용되는 것이리라.

유비가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고, 군사를 일으킨다. 한나라 부흥이 꿈이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유능한 군사(軍師)의 필요성을 절감한 유비가 은사 사마휘에게 인재 천거를 청한다. 사마휘는 '복룡'이나 '봉추'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평정 할 수 있다 말한다. 복룡은 제갈량, 봉추는 방통이다.유비는 아우들과 함께 예물을 싣고 양양 땅에 있는 제갈량의 남양초당(南陽草堂)으로 찾아간다. 집을 비워 만나지 못하지만, 이후 계속 찾는다. 그러기를 세 번째, 관우와 장비의 극구 만류에도 찾아가 기어코 제갈량을 만난다. 정성과 성의를 다하는 유비의 겸양지덕에 량의 마음이 열린 것이다. 인재 맞는데 그깟 횟수가 대수이랴.

사람은 저마다 비교우위에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중지론에서 말하는 다양한 지능 가운데 한 가지 이상 우월적 지능이 있다는 것이다. 논리·수학적 지능, 언어 지능, 공간 지각 지능, 신체 운동 지능, 대인 관계 지능, 음악 지능, 자기 성찰 지능, 자연 친화 지능이 그것이다. 이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성찰 지능'이라 생각한다. 특히 창조적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재능이상으로 중요하다. 자신의 상태나 감정의 파악, 객관화, 자신의 잘잘못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메이어와 샐로비 등 학자가 주장하는 정서지능(EI ; Emotional Intelligence) 일부가 그에 해당된다 하겠다. 정서지능은 첫째 자신의 정서 인식 능력, 둘째 자신의 정서 관리(조절) 능력, 셋째는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하는 능력, 넷째 타인의 정서 인식과 공감능력, 다섯째는 관계를 잘 맺는 능력이다. 이것이 인간을 성공과 행복에 더 가깝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게 해준다.

인재영입 한다고 정당마다 부산하다. 본인들 스스로 인재가 못 된다는 것일까? 그런 자성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새로운 인물의 충당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인재는 보편적으로 어딘가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을 이른다. 많이 알려졌다고, 인기가 있다고 인재는 아니다. 발탁한 사람 면면이 국회의원에 적합한 인재인지 의아스럽다.

오늘날 인재 발탁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바로 선거이다. 선거는 현대판 삼고초려이자 선진사회의 척도이다.

겉모습과 단편적 이력으로는 한 사람 알기도 쉽지 않다. 부적합한 측면으로 판단하는 것이 좀 더 쉽지 않을까? 국가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안목 없이 자신의 출세에만 매달리는 사람, 전문성이 없거나 편협한 사람,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 공사 구분 못하는 자, 범죄자, 적어도 이런 사람은 발탁하지 말자.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포-카이스트 모빌리티 연구센터' 설립 구체화 시작한다
  2. 현장체험학습서 안전사고는 무조건 교원탓?… 교사들 "법적 보호 대책 마련을"
  3. 시민봉사단과 직장공장 새마을운동대덕구협의회에서 감자탕 700개 지원
  4. [대전다문화] 신규사업소개 - 다문화가족 자녀 교육활동비 지원사업 실시
  5. [대전다문화] 이중언어 부모교육 참여후기-엄마와 시장놀이 가자!
  1. [대전다문화] 전문가 기고 - 재활치료 지속의 중요성
  2. [대전다문화] 대덕구 신규명예기자를 소개합니다
  3. [내방] 장종태 대전 서구갑 국회의원 당선인
  4. [르포] "반복교육 중요한데…" 예산삭감에 디지털배움터 사업축소 우려
  5. '多양한 가치로 多함께 세계로' 대전대 HRC 글로벌역량 프로그램

헤드라인 뉴스


[취임 2주년] 국힘 “진솔”· 민주 “실망”· 조국당 “3년은 너무 길다”

[취임 2주년] 국힘 “진솔”· 민주 “실망”· 조국당 “3년은 너무 길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진솔했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혹평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에 대해선 찬성하며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모든 현안에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민생의 어려움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직접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질책과 꾸짖음을 겸허한..

21대 국회 충남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은 누구?
21대 국회 충남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은 누구?

충남에 지역구를 둔 21대 국회 충남 국회의원 11명은 모두 738건의 의안을 대표 발의해 230건(31.1%)을 국회 본회의에 반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선중에는 4선의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아산시갑)이 105건의 의안을 발의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활동했고 초선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천안시병)이 119건으로, 11명 중 대표 발의 의안이 가장 많았다. 중도일보가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5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11명의 충남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안은 모두 529건으로 나타났다. '대표 발의'는 입법..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어려운 이웃에게 정기적으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50대 음식점 사장이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 중구 오류동에서 도시락과 토스트 전문점 '나두나두'(NADU NADU)를 운영하는 김은주(51)씨다. 김씨는 얼마 전 중도일보 유튜브 '곽성열의 판 깔아드립니다' 생방송 중 댓글 이벤트에 당첨된 당첨자 이름으로 손수 만든 도시락을 중구에 사는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무료로 주는 도시락이라고 해서 대충대충 만들지 않았다. 김씨가 전달한 도시락은 흰쌀 밥에 국, 일곱 가지 반찬이 곁들어져 있어 든든한 '한 끼'로서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