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평신도 형제자매 여러분, 존경하는 성직자 여러분, 경애하는 주교 여러분,
2월 2일 제22차 축성 생활의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신자들이 주님 봉헌 축일을 맞이하여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하여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축성 생활 회원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이날 많은 축성 생활회에서 종신서원을 하는데, 축하를 드립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축성 생활에 대한 문헌 ‘축성 생활’(봉헌 생활)이 1996년에 발표되었고, 1997년 2월 2일 첫 번째 축성 생활의 날을 지냈습니다. 교회 안에는 주교직과 사제직에 딸린 고유한 직무가 있고, 평신도들이 담당하는 특별한 활동이 있듯이, 교회와 세상을 성화시키는 성령의 은사를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많은 축성 생활회원들이 있습니다.
축성생활 안에는 많은 남녀 수도회가 있고, 재속회가 있고, 사도 생활단이 있고, 서원한 동정녀들과 은수자들도 있습니다. 활동의 모습으로 보자면 공동체적 생활에 더욱 힘쓰는 수도승회가 있고, 관상에 전념하는 수도회들, 사도직 활동과 선교활동에 종사하는 축성 생활회들도 있습니다. 만일 교회 안에 축성 생활이 없다면 교회의 그 영적 은사의 풍요로움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축성 생활회가 그 만큼 많다는 것은 교회를 이끄시는 성령의 활동을 그만큼 다양하게 드러나게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름(루카 18,28 참조)은 그분의 부르심을 받은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귀중한 계획입니다... 정결, 청빈, 순명으로 요약되는 예수님의 생활 방식은 이 땅에서 복음을 가장 철저하게 실천하는 길로 드러납니다”(축성 생활, 18항). “축성 생활의 첫째 임무는 부름 받은 사람들의 연약한 인간성 안에 이루신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입니다”(축성 생활, 20항).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보여주는 일, 이것이 비록 우리가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이지만 이 자리에 불림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를 따름이 현실의 세계에서 녹록지 않음을 매일 체험하며 살아가면서 여러 도전과 어려움과 관성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 대한 희망 안에서 복음적 권고를 실천할 때 우리와 세상 안에 궁극적인 변화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신앙의 길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여정이기도 합니다.
“수도자들은 참행복의 정신이 아니고서는 세상을 변혁시킬 수도 없고
하느님께 봉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자기 신분으로 빛나는 뛰어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교회 헌장, 31항).
사랑하는 평신도, 성직자, 주교님!
우리 축성 생활회원들이 예수님께서 산상설교에서 말씀하신 참된 행복의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들이 가난한 이들, 어려움과 절망에 빠진 이들, 고통 받는 이들과 슬퍼하는 이들, 깊은 갈망 중에 있는 이들,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는 이들 가운데 있게 하시고, 진실한 연대와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 안에, 창조 질서가 보존되는 우리의 ‘공동의 집’ 안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머물 수 있도록 우리의 모든 활동과 지향들을 격려해 주시고 축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올 한 해 동안 한국 교회는 ‘평신도 희년’을 지냅니다. 평신도 스스로 복음의 진리를 찾아 받아들인 특별한 역사를 지닌 우리 한국 교회는 ‘평신도 협의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면서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소명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축성 생활과는 또 다른 역할로 교회의 삶을 꽃피우는 평신도들과의 많은 협력을 통해 이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소명과 복음화의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 제4회 한국청년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는데, 많은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자신의 부르심에 대해 생각하고 축성 생활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젊은이들과 멀지 않은 자리에 늘 축성 생활회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와서 보아라"(요한 복음 1,39)는 예수님의 초대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2018년 2월 2일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