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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2021년 1월 10일) 사명

procurator 0 1,226 2021.01.10 11:47

주님 세례 축일(2021년 1월 10일)


오늘 성탄과 공현 시기가 마무리되고 내일부터 연중 시기가 시작됩니다. 연중 시기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까지 이어집니다. 


세례는 예수님이 세상을 향하여 당신 사명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생애 가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례 체험을 통하여,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성령 안에서 당신 자신이 누구이신지, 그리고 당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당신 사명을 실천할 힘과 지혜를 얻습니다. 


예수님의 사명은 1독서 이사야 예언서에 잘 나와있습니다.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 내가 너를 빚어 만들어 백성을 위한 계약이 되고, 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 보지 못하는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사명은 지금 힘들어 하는 사람,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사람, 지금 갇혀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사랑과 봉사의 사명입니다. 이 사명을 위해서 예수님은 이 세상에 태어나셨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다시 말해서 파스카를 통해서 당신 사명을 완성하셨습니다. 


오래 전 뉴스가 생각납니다. 가톨릭 수도자를 꿈꾸던 21세 청년이 2013년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6명에게 새 삶을 주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름은 김동진(프란치스코)라고 하고 서울예술종합대에서 음악을 전공했습니다. 이 청년은 성당 복사단과 함께 강원도로 겨울 스키캠프를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여겼지만 점차 두통이 심해져 강릉 아산병원으로 후송됐고 이곳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혼수상태에서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김명수 형제는 "둘째 아들을 잃게 되어 가슴이 아프지만 평소 동진이가 가톨릭 수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혀 왔고 다양한 봉사활동 등 베풀 줄 아는 아이였기 때문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의 심장, 간장, 췌장, 신장, 각막이 기증되었고 그래서 6명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뼈, 피부 등 인체조직 기증도 이뤄졌습니다. 어머니 김혜란 자매는 "아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세상 속에 살아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 건강하게 산다고 해서 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태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대가 이 세상에 올 때는 그대가 울고 주위 사람들은 기뻐 웃었다. 그대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그대가 미소를 짓고 주위 사람들은 헤어짐에 슬퍼 울도록 하여라.’ 우리가 받은 세례는 영적인 탄생이며 영적인 삶의 시작이며 출발입니다. 제2의 그리스도로 사명을 사는 것입니다.


세례의 삶은 나를 위해 모으는 삶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그리고 김동진 프란치스코 형제처럼 남을 위해서 우리 자신을 나누어 주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 육신 생명은 나눠주지는 못하여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 희망을 전하는 사람, 활력을 일으켜주는 사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 기도하여 주는 사람은 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의 사람이 될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과 고통과 슬픔이 나의 것이 될 때 내 자신이 이웃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례의 삶, 곧 사랑과 나눔과 섬김의 삶은 힘듭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유혹도 우리의 한계도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영이신 성령께서 우리를 바른 길로, 사랑의 길로, 나눔의 길로 인도해 주십니다. 이 사실을 온전한 마음으로 믿기만 하면 됩니다. 세례 때 받은 성령께서 우리 각자에게 맞는 선물(은사)을 통해 우리를 사랑의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십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아멘.


(사진: 김 로마노 수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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