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 성삼일 성토요일(2021.04.03) 깊은 침묵
오늘은 성삼일 둘째 날입니다. 유대인과 교회 전통에서 하루의 시작은 전날 해가 질 때이고 그 끝은 당일 해가 질 때입니다. 그래서 성삼일 첫째 날은 목요일 저녁 만찬 미사(실상 이미 금요일의 시작)부터 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원칙으로는 주님이 돌아가신 오후 3시에 거행)이 끝나며 해가 질 때까지입니다. 날짜 상으로 최후만찬, 겟세마니의 고뇌, 체포, 심문과 고문, 사형선고, 십자가 처형과 죽음, 무덤의 안장이 성금요일 단 하루만에 일어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성토요일은 성삼일 둘째 날이고 오늘 해가 질 때 이미 성삼일의 셋째 날인 주님 부활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성토요일의 주제는 깊은 침묵과 무덤에 계시는 주님입니다. 유다인의 안식일이기에 사람도 올 수 없습니다. 죽음은 말이 없습니다. 그냥 침묵뿐입니다. 수도원 묘지에 갈 때마다 제일 조용한 곳이 무덤이라는 사실을 느낍니다. 주님의 무덤도 고요할 뿐입니다. 오늘 하루 교회에서는 성찬례가 없습니다. 성무일도만 거행할 뿐입니다.
비가 오는 오늘 마음만은 침묵 속에서 주님의 힘을 느낍니다. 고난과 죽음을 거쳐 이제 생명의 원천이 되실 주님을 고대합니다. 아픔 속에서 기쁨을, 헤어짐 속에서 만남을, 침묵 속에서 외침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