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사부 성 베네딕도 대축일 (2021.7.10)

procurator 0 121 07.14 08:24

사부 성 베네딕도 대축일 

(2021.7.10)


“오늘날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우리 베네딕도회 회원들의 사명은 무엇인가” 하고 질문을 던져 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내년에 설립 7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왜관 수도원이 수행할 가장 우선적인 사명은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물음의 답을 우리 선배들이 이 땅에서 기도하고 일하신 100년의 역사에서 찾아보고 싶습니다.


먼저 우리 수도회의 한국 진출의 근원적 동기에 대해서는 2가지 상반된 주장이 있습니다. 한국진출 60주년을 기념해서 발간한 ‘환갑’이라는 책에서, 빌리발드 쿠켈만 신부님은 진출 동기를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의 실현이라고 주장하십니다. 다른 한편, 올랍 그라프 신부님은 당시 조선 대목구장 뮈텔 주교님의 요청에 따라 학교 설립이 진출동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요? 일차적이고 공식적인 동기는 학교 설립입니다. 하지만 더 근원적인 동기는 동아시아에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의 뿌리내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도생활의 실현’이라는 근원적인 진출 동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당시 수도원은 선교의 중심지이자 동시에 수도생활의 요람이었습니다. 수도원 성당에서 거행된 베네딕도회 전례의 장엄함은 선교 현장에서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당시의 수도 공동체는 “기도하며 일하라”라는 베네딕도회의 모토 아래 더불어 사는 생활을 통해서 그리스도교적 가족 정신의 모범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눈먼 이들에게 빛을”이라는 오딜리아 연합회의 선교 정신을 이 땅에 구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 오자마자 수도원을 건설하고 수도생활을 철저히 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독일 수도자만이 아니라, 진출하자 마자 한국인 지원자를 받아들여 한국적인 공동체로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베네딕도회적 선교 방법의 중요한 핵심이며 정수입니다.


이제 ‘역사의 거울 앞에 서서’ 현재 우리 왜관 수도 공동체의 우선적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저는 그것을 ‘건실한 공동체 살이를 토대로 펼쳐졌던 삶과 활동의 전통’을 더욱 깊이 사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이것은 수도 공동체와의 굳건한 연대 안에서 ‘베네딕도회적 선교활동의 전통과 방법’을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적응시키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선교 베네딕도회 회원들’입니다. ‘선교하는 베네딕도회의 삶’ 자체가 우리의 선교이자 사명입니다.  


사실 선교는 단순히 외적인 어떤 활동이 아닙니다. 베네딕도께서 가르쳐주신 정신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현존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을 찾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이 우리 공동체 안에 현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정체성에서 다양한 활동과 거기에 대한 투신이 나옵니다. 참으로 진심으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 현존하는 곳’에서는 친교와 일치가 건설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친교이며 일치의 건설자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갈등과 상처와 분열이 없는 이상적인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부르셨듯이, 우리도 흠집 많고 부족하지만 서로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시작할 때 참된 수도 공동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실 공동체는 허상입니다. 공동체라는 말에 속지 맙시다. 우리는 공동체를 사랑할수는 없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한 형제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함께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눈에 보이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2021년 올해 수도서원, 사제서품, 생신을 맞은 여러 형제들을 축하합니다. 그 중에서도 세 분의 형제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오늘 서원 금경축 맞아 영예의 표지인 금지팡이를 받으시는 안금복 비오 수사님, 그리고 사제서품 금경축을 맞으시는 김구인 요한 보스코 신부님과 서경윤 알베르또 신부님 이렇게 세 분입니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고 축하드립니다. 분명 이분들이 걸어오신 50년이란 세월 동안 빛과 어둠, 성공의 기쁨과 실패의 고통, 장점과 단점이 공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길을 지금까지 걸어오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축하를 받을 자격이 넘치고 넘칩니다. 세 분 선배님께 주님의 축복과 베네딕도 성인의 보호가 늘 함께 하셔서 기쁘고 영육으로 건강히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어떤 선배 신부님은 종신 서원을 준비하는 후배 형제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합니다. “나에게는 동창회도 친목회도 상조회도 없다. 오직 분도회만 있다.”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세 분의 삶에서 이 말이 진실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1964년 교황 성 바오로 6세는 사부 성 베네딕도를 유럽의 주보성인으로 선포하시면서 ‘평화의 사자’라고 칭하였습니다. 오늘 제2독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평화는 사랑의 열매입니다. 우리가 사랑의 끈으로 묶여있으면 우리 자신이 평화의 사도들이 됩니다. 성 베네딕도께서 사랑으로 묶여있는 평화의 공동체 모델을 우리를 통해 제시해 주십니다. 세상의 어느 단체와 달리 수도 공동체는 서로 존경하고 포옹하고 서로 책임을 지고 봉사하는 그런 사회적인 모델을 추구합니다. 서로에게 귀를 귀울이고, 서로 협조하고, 평화롭게 사는 공동체 모델을 세상과 교회에 보여줍시다. 수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중한 능력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굳건한 신앙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깊은 믿음,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신뢰,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신의가 하나로 어루어질 때, 우리의 선교는 이 땅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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