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일
(2021. 08. 22.)
오늘 복음은 우리를 카파르나움 마을에 있게 합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실 그들은 그분의 기적을, 특히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보고는 따라왔던 것입니다.
지난 연중 제17주일부터 오늘 연중 제21주일까지 다섯 주일 동안 내내 요한복음 6장을 우리는 들었습니다. 사실 올해 나해에는 연중 시기 동안 마르코 복음을 주일 미사 복음으로 듣습니다(가해에는 마태오 복음, 다해에는 루카복음을 듣습니다). 그런데 마르코 복음은 다른 공관복음, 곧 마태오와 루카 복음보다 길이가 짧습니다. 그래서 다른 공관복음과 길이를 맞추기 위해 나해에는 요한 복음 6장을 다섯 주일 동안 들려줍니다. 왜 요한 복음 6장 전체를 들려줄까요? 요한 복음 6장 전체의 주제는 성체성사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빵에 관한 말씀입니다. 6장 처음에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을 시작으로, 예수님은 당신의 몸과 피의 성사에 관하여 군중들에게 심도있게 가르쳤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요한 6,51).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요한 6,55). 예수님은 다양한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성체와 성혈의 신비에 관해 설명해 주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들은 알아듣기에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 결국 더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고 주님을 떠나버립니다.
성 베네딕도는 수도 규칙서에서 우리에게 권고합니다. “즉시 놀래어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에서 도피하지 말아라. 그러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생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 (머리말 48-49).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은 열 두 제자들에게 하신 것처럼 다시 한번 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십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요한 6,67). 우리는 주님께 어떻게 응답하겠습니까? 우리의 답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답은 다른 말로 하면 선택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여호수아기에서 여호수아가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님을 섬기겠다”(24,15)고 했듯이, 우리는 주님과 다른 것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선택은 내일이나 어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 이 순간 해야하는 선택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이미 선택한 사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한 사람입니다. 이 선택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종의 사명입니다. 이렇게 고백해야 합시다. “예수님, 당신은 우리의 유일한 길이요 우리의 유일한 진리요 우리의 유일한 생명이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들은 매일 더, 매 순간 더 예수님께 대해 배고파합니다. 만일 우리가 주님에 대해 배고프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실제로 무슨 의미인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을 알고자 하는 배고픔, 그분을 좋은 친구로 여기는 배고픔, 그분을 알리고자 하는 배고픔, 식탁의 빵을 나누는 것처럼 그분을 나누려는 배고픔입니다. 그래서 지금 생명의 빵으로 내어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고, 그분 자신을 내어주시는 분이 바로 그분 자신이시고, 우리의 감성을 떨리게끔 하는 자비로우심으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 자신이십니다.
특히 주일 미사에 와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실 때마다, 성 베드로가 했던 것처럼, 온 영혼으로 온 힘으로 우리의 온 존재로 고백합시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요한 6,6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