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출판 홍보]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펴낸 인영균 신부 (가톨릭신문, 2022-11-06, 3317호 17면)

“욕심 비우고 ‘멈추면’ 하느님 주시는 선물 받을 수 있어”

계속되는 걸음이 관성 돼 버린
순례자에게 멈춤의 시간 제안
“비움과 겸손, 은총으로 가는 길”


‘산티아고 신부’로 살아온 여정을 책으로 펴낸 인영균 신부.

  

255쪽/1만9800원/분도출판사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전 세계 수많은 순례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짊어지고 걷는 길.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다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걷고, 걷고 또 걷는 순례자들을 향해 “멈추라”고 하는 신부가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클레멘스) 신부다. 그가 ‘산티아고 신부’로 살아온 여정을 책으로 펴냈다.

“좋은 목적으로 걷기 시작한 사람도 걷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잃어버리고 기계적으로 걷기 시작해요. 계속 걸어왔으니까, 남들도 가니까 어딜 가는 줄도 모른 채 걷게 됩니다. 거기에 ‘멈추라’고 초대하죠.”

인 신부는 2016~2020년 스페인 라바날 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됐다. 라바날 수도원은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순례길 중에서 3분의 2지점에 자리한 수도원이다. 이곳의 수도자들은 순례자를 위해 ‘기도하고 일한다.’
 

많은 산티아고 순례자들과의 경험을 설명하고 있는 인영균 신부.
여기서 인 신부는 순례자들에게 이틀 이상 묵을 것을 권했다. 매일매일 ‘걷기’만 생각한 순례자들에게 하루 이상 ‘멈추라’는 제안은 당혹 그 자체였다. 인 신부와 다른 순례자들과 체험을 나누고, 상담하고, 성사에 참례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이 초대해 응한 순례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순례의 시간을 인간적 시간 ‘크로노스’에서 하느님의 시간 ‘카이로스’로 변화시켜나갔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 시간을 통해 순례의 변화를 체험했다. 이 시간을 계기로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된 이들도 여럿이다.

“지식, 직위, 돈… 이런 갈망이 다 배낭 무게예요. 내가 원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서 다 채우면 우주의 무게죠. 순례길을 걸을 때 그 무게가 고통이죠. 내 욕심을 내려놓고 순례길을 하루하루 걸으면 믿는 사람에게든 믿지 않는 사람에게든 하느님은 선물을 주세요.”

멈춤의 시간은 인 신부가 순례길을 걸으면서 직접 경험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인 신부는 산티아고길을 걸으며 3번의 멈춤을 체험했다. 또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순례자들을 위해 활동하던 인 신부는 팬데믹 봉쇄라는 멈춤도 겪었다. 팬데믹 봉쇄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자신의 체험에 순례자들과 나눔의 시간으로 얻은 ‘카미노의 보물’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책에는 산티아고의 역사와 인 신부의 체험, 그리고 여러 순례자들과의 나눔, 그리고 그를 통한 잔잔한 묵상이 담겨있다.

인 신부는 이제 국내에서 선교담당총무를 수행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인 신부는 여전히 자신이 ‘산티아고 신부’라고 말한다. 인 신부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그는 이 순례길을 “찐(진짜) 순례길”이라며 우리 모든 순례자들을 멈춤에 초대한다. 인 신부는 “책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천사들이 도움을 줬고, 이 책의 수익금은 가난한 지역교회를 돕는 데 쓰인다”며 “여러분도 천사가 되어 주시길 청한다”고 전했다.

“꼭 산티아고 순례길만이 아니에요. 살아가면 분명히 멈춤의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내 욕심을 채우기보다 배낭을 비우고 겸손되이 걷는다면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 참으로 필요한 것을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스페인 사리아와 포르토마린 순례길 사이에 있는 100㎞ 표지석. 지금부터 산티아고까지 100㎞가 남았다는 것을 뜻한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