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건축가 알빈 신부 (하) (가톨릭신문, 2016년 9월 25일)

procurator 0 2,711 2017.01.11 18:45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건축가 알빈 신부 (하)

성당 공간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철학 지녀

예식장·독서실·교육장 활용하도록 설계
성당과 미술품이 조화 이룬 건축 지향

발행일2016-09-25 [제3012호, 13면]

알빈 신부는 건축적·신학적·사회학적 그리고 사제적 심사숙고에서 출발해 모든 건물을 계획했다. 이러한 면모들은 내부로부터 외부로 성장해나갔다. 그에게는 정면외관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공간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 알빈 신부의 교회건축 개념

알빈 신부의 교회건축은 복음을 전파하면서도, 건물 자체는 뒤로 물러나는 자세로 일관돼 있다. 건축가의 독창성을 표현하는 대신, 실제 필요에 따라 적합한 외적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세상으로 활짝 열린 교회, 그리고 일방적인 신격화를 거부하는 속에서도 그는 인간의 두 가지 측면을 교차시키는(만나게 하는) 길을 발견했다.

“교회에서는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함께 만난다. 교회 안에서 완성되는 현현사건, 신성함과 영속성 안에서의 하느님 현존으로 인하여 교회는 본질적으로 그 밖의 다른 건축과는 다르다. 성당 축성식에서 교회건물은 하느님의 집이 되도록 하느님께 바쳐진다. 그러나 교회는 미사예식을 위한 장려한 예배공간일 뿐만 아니라 또한 하느님 면전에서 갖게 되는 기쁨, 슬픔, 곤란과 고통의 인간적인 모든 관심사를 위한 고향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건축은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전체구성에서나 개개의 공간 영역에서나 혹은 도구에 있어서도 일방적으로 한 측면만 강조되거나 지나치게 과장하여서는 안 된다. 교회건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완전한 그리스도교의 진리에 기여하는 것이다.”(Alwin Schmid, “Theologische Grundlagen des Katholischen Kirchenbaus”, 1964, p.6)

■ 교회건축의 신학적 원칙

스스로 거룩한 형태는 없다. 다만 교회가 전체로서 또 부분 부분으로서 거룩하게 정렬될 때, 즉 구조나 형태가 의미와 분위기에 의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할 때 거룩해지는 것이다.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살아 있는 공동체에 의해서 그 의미를 얻게 되는 것이지 성당 자체로서 얻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교회는 초기에 예배 장소를 ‘Temple(寺院)’이라 부르지 않고 ‘Domus Ecclesiae’라고 불렀다. 이는 회합 장소를 의미한다. 즉 교회는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계명에 따라 성찬전례에 모이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사 예식은 그 양식이 분명하게 서로 분리되는 두 가지 예식으로 이루어진다. 공동 성찬식으로서의 성찬 전례와, 거룩한 구원사를 공표하는 말씀 전례가 그것이다. 이 두 예식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현(顯現)이 일어난다. 알빈 신부는 감실을 제단과 분명히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성체조배는 분명히 미사와 다른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추구했고, 세례소와 고해소의 공공연한 성격과 위치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또한 알빈 신부는 교회는 예식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기도와 묵상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 교회건축의 사회학적 원칙

알빈 신부가 설계한 교회는 장소와 위치에 따라 다음의 3가지 기능이 강조됐다. 가장 먼저 ‘상징으로서의 교회’의 기능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상징으로서의 교회가 중요했고 오늘날까지도 그렇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현대 교회들도 교회의 보호성·초월성·투명성 등의 상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빈 신부 근본적으로 어떤 종류의 오만한 것이나 불손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을 반대했다. 그래서 특히 알빈 신부가 설계한 교회가 도시에서 중층화 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승리주의를 따랐기 때문이 아니라, 제한된 작은 대지에 짓기 위해서였다. 알빈 신부가 설계한 교회는 주변 환경에 적절히 조화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알빈 신부는 회중의 모임(친교)으로서의 교회 역할을 강조했다. 교회는 개인적인 경건의 장소로만 되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도 회중이 모이도록 하고, 회중을 유대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알빈 신부는 가능한 한, 다양한 활동을 위한 공간을 가진 친교의 중심으로 교회를 계획했다. 주공간과 부속공간의 가변적인 구성은 다양한 체험을 유도한다. 알빈 신부는 부가적인 수법을 활용, 주 공간을 중심으로 몇 개의 부 공간을 배치해 전체공간을 이루어 나간다. 바로 내부공간이 외관형태에 우선하며, 내부공간의 형식이 바로 외부에 읽혀지는 모습이다.

세상과 접촉하는 곳으로서의 중요성도 더한다. 알빈 신부는 교회가 신자들에게만 열려 있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회 건물은 세상과 접촉(교제)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일에만 필요한 주 예배공간을 포함해 부속공간들이 다양한 기능으로써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알빈 신부가 설계한 교회는 때론 일반인을 위한 예식장으로, 학생들을 위한 독서실로, 성인교육장으로, 또 금융조합의 모임 공간 등으로 제공됐다. 그의 교회는 비신자들에게도 항상 개방돼 교회와 세속 간의 벽을 허물었다. 

벽화와 성미술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알빈 신부는 대학에서 미술사와 조형미술을 전공했고, 한때 독일의 수도원 부속 중학교에서 미술과 제도를 가르치고 벽화제작에도 참여했다. 알빈 신부는 건축과 실내공간, 그 안의 성 미술품들이 총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성당과 어울리는 성 미술품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하였다. 그가 제작한 기하학적인 구도의 평면적인 벽화,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 제대, 촛대, 강론대, 세례대 등은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서 그가 설계한 공간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김정신 교수(단국대 건축학과 교수)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위촉하는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