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도승들의 거룩한 기도와 노동이 선교 (2019년 3월 24일,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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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3 15:11
성 베네딕도회 탄자니아 항가수도원장을 지낸 알퀸 니렌다(Alcuin Nyirenda, 66) 아빠스가 지난해 12월 초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왔다. 아빠스직을 사임한 후 15년간 로마 성 안셀모수도원에 살다가 수도원 복귀하기에 앞서 1년간 안식년을 얻어 방한했다. 초기 한 달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에서 지냈고, 서울 분원을 거쳐 왜관수도원에 있다. 수도원 평일 저녁기도와 주일 미사 오르간 반주, 지ㆍ청원자와 수련자 영어 교사, 러시아 참사수도회 니키타 쿠쉬나레브 부제의 사제수품 피정 지도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방한 연유를 묻자 그는 “전공이 선교학이어서 불교문화의 한국에 베네딕도회 영성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됐는지, 또 지금은 수도승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여러 사찰을 다녀봤는데, 가톨릭의 수도승생활이나 불교의 수행생활이 외양으로는 다르지 않았지만, 불교가 철학적 측면이 있다면 수도승들의 삶은 최종 목적이 하느님과 하나 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고 평했다.
알퀸 아빠스는 여러 면으로 특별하다. 1953년생으로 중학생 때인 1968년에 입회, 1980년 첫 서원, 1986년 종신서원을 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아프리카인으로만 구성된 아프리카의 첫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인 항가수도원이 1994년 아빠스좌 수도원으로 승격되면서 처음이자 유일한 아프리카인 아빠스로 선출돼 수도 공동체의 기틀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늦깎이로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에서 ‘탄자니아에서 성 베네딕도회 항가수도원의 선교 증인들’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선교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거 선교가 비그리스도인들의 개종을 통한 복음화를 의미했다면, 성 베네딕도회원으로서 제가 보는 선교는 베네딕도회의 공동체 삶, 곧 기도와 노동 등 수도승 생활을 통한 증거 자체입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승으로서 머물고 기도하고 노동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선교입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이제 선교는 어딘가로 가는 게 아니라 수도생활의 증거를 통해 꽃이 벌을 꾀듯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