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건축가 알빈 신부 (중) (가톨릭신문, 2016년 9월 11일)

procurator 0 3,042 2017.01.11 18:44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건축가 알빈 신부 (중)

우리 지형에 맞춰 설계… 주변과 어울리는 성당 지어

한국 성당 건축 근대화·토착화에 기여
설계 유형 응용력 뛰어나 다작 가능
20년간 성당 포함 185개소 설계
수학·미술도 빼어난 인간미 있는 사제

발행일2016-09-11 [제3011호, 13면]

설계도를 그리는 알빈 신부.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알빈 신부의 건축철학은 간도 파견시절(1937~1949) 연길의 선교사들과 논의하고 실행한 전례쇄신운동 속에서 태동했다. 또 독일 귀환 후 1950년대 독일, 특히 그가 속한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과 뷔르츠부르크 교구의 급격한 변화 안에서 길어 올린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했다.

알빈 신부는 수도원에 마련된 설계실에서 트레싱지에 직접 연필을 활용해 도면을 그렸으며, 인허가는 현지의 설계사무소를 통해 진행했다. 대개 한 건물 당 10~15장의 도면이 남아 있는데, 그의 도면에는 시공이 가능하도록 기록한 자세한 치수(㎜단위)와 가구, 성물들의 스케치, 그리고 제작방법을 설명하는 스케치들이 들어 있다. 알빈 신부와 협력했던 수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의 도면을 받으면 별도의 추가 도면 없이 공사가 가능하였다고 한다.

특히 알빈 신부가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여러 작품을 쉽게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의 유형을 대지조건에 맞도록 응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비록 전문적인 건축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참조할 수 있는 선례들이 당시 독일에 많았고, 전례에 대한 이해와 현대성당 건축에 대한 확고한 이념을 가졌기 때문에, 이를 설계 원칙의 지침으로 활용했다. 그의 평면을 분석해 보면 루돌프 슈바르츠(Rudolf Schwarz, 1897~1961)와 도미니쿠스 뵘(Dominikus Boehm, 1880~1955)의 건축 아이디어를 읽을 수 있다.

알빈 신부의 교회건축은 다음과 같이 5개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먼저 ‘장방형’은 움직임과 행진, 순례, 공동체를 암시하는 것으로, 축을 가진 바실리카식 형태를 보인다. 김천 평화성당(1958), 가은성당(1961), 밀양성당(1963) 등 초기에 설계한 성당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변형 장방형을 꼽을 수 있다. 이 형태는 장방형의 끝이 포물선의 열린 형태로 곡선화 되었는데 고통의 형태인 동시에 종말을 생각해낸 존재의 형태요, 종말로 인도하는 신성한 길의 형태를 암시한다. 초장동성당(1962), 구포성당(1964), 원평동성당(1964) 등에서 볼 수 있다.

세 번째 정방형 즉 십자형은, 정방형을 원형으로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축을 변환시키거나 십자가 형태로 분할해 구심적인 배치를 하는 형태다. 상주 남성동성당(1963), 제천 의림동성당(1964) 등에 정방형이 나타난다.

네 번째로 부채꼴(타원형)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정방형을 원형으로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축을 변환시킨 정방형에서 일부를 삭제해 집중적인 부채꼴 형태를 이루거나 두 개의 원을 합친 타원형에 몇 개의 보조공간을 부가시켜 공간의 긴장감과 유동성을 준다. 함창성당(1965), 왜관성당(1966), 전주 다가동성당(1966), 보은성당(1966) 등 1960년대 알빈 신부가 건축에서 가장 즐겨 사용한 평면유형이다.

마지막으로 방사형은 ㄱ자형, 또는 ㅅ자형 평면 형태로 제단을 가운데 두고 2~3개의 공간이 분리되어 평일에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형태였다. 박해시대 한국교회에 익숙했던 남녀석 분리 형태에서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시골의 작은 교회에 많이 적용된다. 김천 지례성당(1968), 인천 산곡동성당(1968), 고창성당(1968)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알빈 신부는 대지와 한국적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알빈 신부의 설계는 땅을 변경시키지 않고(토목공사를 최소화하였음) 주변 대지와 잘 조화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왜관 수도원 성당의 경우는 수많은 대안을 스케치해 발전시켰다. 
 

한국 성당건축의 근대화와 토착화에 기여한 그는 75세 때인 1978년 11월 17일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심장마비로 선종, 그의 유해는 수도원 묘지에 안장됐다. 세상을 떠난 그 한 해 동안에도 7개의 성당을 설계하였을 정도로 알빈 신부는 ‘하느님의 집’을 만드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설계한 작품은 1958년부터 1978년까지 20년 동안 122개소의 성당(경당, 공소포함)을 포함하여 무려 185개소에 달한다. 본국으로 휴가 갔던 1969년과 1975년, 병으로 수술을 했던 1970년을 제외하면 한해 평균 10건이 넘는 가톨릭 건물을 설계한 셈이다. 특히 알빈 신부는 60대 나이인 1963~1968년에 가장 왕성한 작업을 펼쳤고, 이때 다양한 형태의 독창적인 성당 건물을 설계했다. 1970년대는 왜관 수도원 성당(1975)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것 보다는 기존 유형들을 응용하거나 변형한 설계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각 건축의 현장기사로서는 안셀모(Br. Anselm Schuty, 1940~) 수사와 아돌프(Br. Adolf Stumpf, 1937~2004) 수사 등 두 사람의 독일인 수사와 한국인 이 니콜라오(이귀단, 1942~) 수사가 그를 도왔고, 시공은 수도원 공사 책임자인 최 요셉이 주로 했었다.

알빈 신부는 수학, 미술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고, 내외부 투시도를 스케치하는 역량도 뛰어났다. 반면 어학에는 소질이 없어, 29년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도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한다. 그는 매우 겸손하고 인간미가 넘쳤으며, 어린이를 좋아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랑이 될 만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작품에 대해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우 예민하고 급한 성격이면서도 여러 가지 부탁을 다 들어주고 합리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어 수도원 식구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김정신 교수(단국대 건축학과 교수)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위촉하는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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