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80여 년 기도의 삶, 노수사가 전하는 깨우침(가톨릭 평화 신문, 2018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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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철 수사가 수도원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검은 수도복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순명의 표지다. 수도자들은 이 검은 수도복을 입고 세상에서는 죽었으되 하느님 앞에서는 늘 깨어 있는 봉헌의 삶을 산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이석철(미카엘) 수사는 82년째 완덕의 길을 걷고 있는 수도승이다. 1913년 서울에서 태어나 올해로 105세인 그는 한국 교회뿐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성주간을 맞아 한국인 평균 수명인 81.8세 만큼이나 수도생활을 한 이석철 수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하느님의 자녀인 신자로서 제일 보람있는 일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살되 세속에 빠지지 말고 하느님을 위해 나누고 베풀며 사는 게 제일 가치 있는 삶이지요.”

이 수사는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라”고 당부했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위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는 말로만 한 게 아니고 실제 삶으로 보여줬다. 1936년 덕원수도원에 입회한 이후 1994년 모든 소임을 내려놓을 때까지, 아니 병실생활을 하는 지금도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수도원 안내실 소임을 맡던 젊은 시절 배곯고 병들고 입을 것이 없어 찾아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옷을 내어주고, 음식을 남겨 나눠줬다. 마지막 소임지인 분도노인마을에 있을 때는 팔십이 넘은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 청소와 허드렛일을 마다치 않았다. 또 100세가 넘은 지금도 삐뚤빼뚤 손편지를 써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달라고 후원을 청하고, 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80년 넘게 수도생활을 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의 청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도와주었다는 그를 두고 수도회 형제들과 지인들은 “미카엘 대천사”라고 부른다. 

그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은 수도복과 성무일도서, 묵주, 낡은 자명종과 지팡이, 안경이 전부이다. 수도원 일과에 따라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는 묵주를 놓지 않는다. 한국 교회 수도자들의 완덕을 위해, 온 세상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선종을 위해 기도한다.

“미사와 공동 기도, 식사, 자는 시간을 빼고 늘 기도합니다.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묵주기도를 하고요. 수도자는 기도 속에 머물러야만 개인주의에 빠지지 않습니다. 수도 규칙에 따라 기도와 일이 조화를 이뤄야만 수도생활을 잘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일과 세상일이 조화를 이룰 때 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 수사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제 십자가를 지고 살아갈 것을 권고했다. 그는 “힘들고 세상일에 지칠 때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자. 주님의 십자가 고통에 조금이나마 동참하려고 노력할 때 그 공로로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이 수사는 한 달 전만 해도 수도원의 모든 전례에 참여할 만큼 건강했으나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다. 이 수사는 모든 수도자에게 “성인이 되어 달라”고 했다. 또 신자들에겐 “가난한 사람을 거절하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도와달라”며 “가난한 사람을 그리스도처럼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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