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엔 조선시대 보병이 입었던 ‘면피갑’, 이번엔 1960년대 남성 혼례복인 ‘혼례용 단령’….
20세기 초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한국문화재 1700여 점을 소장한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여러 점의 한국문화재를 영구대여와 기증 형식으로 돌려주고 있다. 2005년 경북 칠곡 왜관수도원에 ‘겸재 정선 화첩’을 영구 대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6년에는 희귀한 식물 표본과 17세기 익산 지역 호적대장을 돌려줬다. 또 2018년 1월에는 수도원이 설립한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연합회 소속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이 국내 최초의 양봉 교재로 알려진 ‘양봉요지’를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했다.
특히 2018년 5월에는 조선시대 후기 보병(보군)들이 입었던 면직물로 만든 갑옷인 ‘면피갑’을 기증 반환하기도 했다. 18세기 쯤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면피갑은 현재 국내외에 10여벌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유물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이 이번에는 1960년을 전후한 시기 사용했던 남성용 혼례복 ‘혼례용 단령’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에 기증했다. 재단은 기증받은 단령을 국립민속박물관에 인계했다고 5일 밝혔다.
‘혼례용 단령’은 재단측이 2016년부터 2년 동안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실태조사를 벌이다가 확인한 뒤 2018년 국내로 들여와 보존처리를 마쳤다. 오준석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관은 “수도원 전시로 인해 직사광선에 장기간 노출되었고 현지 수장고 시설이 열악하여 직물 손상이 매우 심했다”고 보존처리 배경을 밝혔다. 보존처리가 끝나자 테오필 가우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장이 “한국에서 연구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재단에 전함으로써 기증이 성사됐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은 “2018년 ‘면피갑’에 이어 이번에 ‘혼례용 단령’을 기증함으로서 또 한 번의 모범적인 문화재 반환 사례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기증된 단령은 1960년을 전후한 시기에 사용했던 남성용 혼례복이다. 박성실 전 단국대 교수는 “겉감은 비단이고, 안감은 1960년대 유행한 인조비단(비스코스레이온)을 사용했다”면서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개량화된 복식이며, 시대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단령은 1959년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서 왜관수도원(경북 칠곡)으로 파견된 독일인 보나벤투라 슈스터 수사(한국명 주광남)가 수집했다. 1984년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으로 복귀한 보나벤투라 수사는 3년 뒤인 1987년 선교박물관에 이 단령을 기증했다. 보나벤투라 수사는 1990년에 다시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재단은 1960년대 민간 혼례복에 대한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이 단령을 보존처리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유물을 인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