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전국행동(이하 위안부 천주교전국행동)은 3·1절인 3월 1일 오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롭고 복음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박현동 아빠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원장)가 주례하고 문규현 신부(전주교구 원로사목자)와 나카이 준 신부(일본 예수회·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 소장) 등이 공동집전 한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와 평신도,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 등 300여 명이 함께했다.
박 아빠스는 “오늘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지 99년이 되는 날이자 일제강점기 시절 발생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거의 문제를 소환하는 날”이라며 “2014년 11월 한국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열렸을 때 일본 주교단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일본의 전쟁 범죄를 사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부인하고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를 비판한 뒤 “이제 우리나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는 30분만 살아 계신 상황에서 이 시각 우리의 기도는 과거 시간을 되살리고 시간의 망각을 넘어 역사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아빠스는 2015년 12월 28일 맺어진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한 합의는 무효이기에 일본의 책임 있는 배상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과거사 극복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적 차별과 폭력을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시발점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3·1절에 이어 올해도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미사를 공동집전 한 나카이 준 신부는 “올해 3·1절을 앞두고 일본 청년 9명과 독립기념관 등 일제강점기 역사를 볼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해 일본이 한국에 가한 고통을 체험했다”며 “일본에서 아직도 차별 받고 있는 재일교포들의 인권을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카이 신부는 또한 “지난해 ‘일본인들의 가슴에 소녀상 하나씩을 심어주겠다’고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실천에 옮기겠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첫 번째 미사는 1992년 12월 27일 오후 2시 서울 아현동성당에서 ‘민족의 십자가, 우리의 어머니’를 주제로 함세웅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가 주례했다.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이 미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민족의 십자가를 진 우리 어머니이자 할머니로 인식하는 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교회가 위안부 문제에 본격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위안부 천주교전국행동은 2016년 이후에는 3·1절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8월 14일에 주한 일본대사관과 서울 청계광장 등에서 꾸준히 미사 봉헌을 이어가고 있다.
김선실(데레사·62) 한국정대협 공동대표는 이날 미사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미사가 이어져 온 경과를 설명한 후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을 온 몸에 십자가처럼 짊어졌던 위안부 피해자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그분들이 부활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문제해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위안부 천주교전국행동은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수도회, 시민단체 등의 연대체로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발표에 대응해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