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한국인 첫 선교 사제로 지난해 파견된 장경욱 신부(왜관수도원)
▲ 쿠바 한국인 첫 선교 사제로 파견된 장경욱(맨 오른편) 신부가 왜관수도원에서 박현동 아빠스와 선교 사제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왜관수도원 제공 |
쿠바에 한국인 첫 선교 사제로 2017년 3월 파견됐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장경욱 신부가 최근 휴가차 한국에 잠시 왔다. 그는 쿠바 아바나에서 동남쪽으로 35㎞ 떨어진 성 베네딕도회 주님공현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부 수립 후 수도회 첫 진출
주님공현수도원은 1959년 쿠바에 사회주의 혁명 정부가 들어선 후 가톨릭교회 수도회가 처음 진출한 사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8년 쿠바를 사목 방문해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요청해 세워졌다. 이후 아바나대교구장이던 하이메 알라미노 오르테가 추기경이 정부 관리와 함께 유럽 여러 수도원을 방문한 후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 쿠바 진출을 공식 요청해 2008년 설립됐다. 수도원은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연합회 직속 수도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 신부를 비롯해 토고 악방수도원과 필리핀 디고스수도원에서 파견된 수도자와 쿠바 출신 수도자 1명 등 총 5명이 수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장 신부는 가시덤불로 뒤덮인 수도원 터를 평탄하게 하는 데에 지난 1년을 보냈다고 한다. “삽과 정글 칼로 매일 가시덤불을 캐는 작업을 했습니다. 반대편이 안 보일 정도로 가시덤불이 울창하거든요. 중장비 사용은 부르는 게 값이어서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도자들이 직접 손으로 수도원 땅을 개간했습니다.”
수도원 터 닦는 데 1년간 노동
1년간의 육체노동 끝에 컨테이너 4개로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성당과 제의실, 숙소, 식당을 꾸몄다. 전기는 들어오지만, 수도시설이 안 돼 있어 멀리 있는 샘터에서 양동이로 물을 길어 생활해야 한다. 쿠바는 열대 기후여서 낮에는 컨테이너엔 숨이 막혀 들어가지 못한다. 밤에 잠잘 때만 사용한다.
“일교차가 심해 모두 고생하고 있습니다. 수도원 건립 계획은 이미 다 마련돼 있는데,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여서 모든 게 정부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건축 허가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수도자들은 임시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아바나 가르멜 수도원과 주님공현수도원 컨테이너에 번갈아 가며 살고 있다. 가르멜 수도원에서는 짬을 내 쿠바 신자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하고 신앙 강좌도 하고 있다. 수도원 터에 밭을 일궈 콩과 옥수수 등을 한 차례 추수하기도 했다.
쿠바 가톨릭, 신앙이기보다는 문화
“쿠바는 가톨릭 국가지만 국민 대다수가 신앙생활을 하기보다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종교에 대한 차별이나 교회에 대한 억압은 아직 없습니다. 베네딕도회가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으로 수도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 신부는 “수도원을 세우고 수도생활을 하는 데에 모든 것이 부족하다”면서도 “절대 비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부에 수도원을 알리고 수도원을 찾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성소자를 확보할 계획도 세웠다. 또 현지 사정은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2014년 수도원 성당 제대를 놓을 자리에 3m 높이의 십자가를 세웠고, 2015년에는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도원에 쓰일 모퉁잇돌을 축복했다. 장 신부는 12일 쿠바로 돌아갔다.
쿠바 선교에 도움 주실 분 : 문의 054-970-2203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선교총무국. 계좌 : 국민은행 608001-04-056954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