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공방의 ‘장인 정신’ (가톨릭신문 제3283호)

‘장인’(匠人)이란 전통 계승의 단계를 뛰어넘어 창조적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한국교회 곳곳에도 모든 일에 있어 하느님께서 영광 받으시도록 일하는 장인들이 있다. 2월 18일 열린 제25회 가톨릭 미술상에서 특별상을 받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공방’ 역시 장인 정신으로 성미술품을 제작하는 곳이다. 수도자들의 안목과 기술, 세월이 더해져 성미술의 명품을 만들고 있는 왜관수도원 공방 3곳을 찾았다. 지금은 대부분 은퇴한 장인 수사의 정신에 대해, 현직에서 일하는 후배 수사들로부터 들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겸손과 정직’을 장인 정신의 핵심으로 증언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분도가구공예사 책임 박태규 수사(서 있는 이)가 2월 17일 목공소 직원과 함께 독서대 제작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 우세민 기자


■ 분도가구공예사 - 박태규 수사

국내 최고 목공 기술팀 보유
이규단 장인 수사가 전수한
정직과 신뢰의 제품 만들어

망치 소리, 대패질 소리…. 분도가구공예사(책임 박태규 시메온 수사)에서는 최소한의 기계만 사용할 뿐, 대부분 작업이 손노동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제대, 강론대, 성당 문 등 이곳에서 제작되는 전례 비품은 좋은 재료에 높은 기술력이 더해져 전례에 합당한 제품이 구현되고 있다.

분도가구공예사의 역사는 왜관수도원 역사와 함께한다. 독일 성 베네딕도회 선교사들이 1909년 서울 혜화동에 진출하면서 이듬해 숭공기술학교가 세워지고 목공 기술자들이 양성됐다. 6·25전쟁을 겪으며 1952년 수도원이 현재의 왜관에 정착하면서부터 분도가구공예사는 수많은 성당들의 건축에 관여했으며, 가톨릭 미술가들과의 협업으로 하느님의 집에 합당한 아름답고 견고한 성미술품을 설치해오고 있다.

분도가구공예사가 만든 제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태규 수사.사진 우세민 기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분도가구공예사에서 목공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규단 수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책임자 박태규 수사는 왜관수도원 공방의 장인 정신으로 “베네딕토 성인 규칙서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7장의 ‘(…)온갖 겸손을 다하여 그 기술을 사용할 것이다’와 ‘물건의 값을 (정함에) 있어서는 탐욕의 악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다른 세속 사람들이 파는 것보다 언제나 약간 싸게 하여 모든 일에 있어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할 것이다’라는 규칙을 인용해 설명했다.

박 수사는 국내 최고의 목공 기술팀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무엇보다 ‘장인’ 이규단(니콜라오) 수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독일에서 목공분야를 공부한 이 수사는 늘 후배 수사들에게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항상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장인 정신을 전수했다.

이 수사는 원목에서부터 마감재까지 철저히 검증된 친환경 시스템에 따라 제작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모든 제품을 내가 쓰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정직함이 주인의식이지요. 남이 아니라 내가 평가하기에 만족할 수 있어야 장인 아니겠습니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김석주 신부가 2월 17일 금속공예실에서 성물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사진 우세민 기자


■ 금속공예실 - 김석주 신부

전명수 장인 수사 가르침으로
좋은 재료와 기술 적용해
수익 적더라도 정직하게 제작

적막함을 깨고 들려오는 쇳소리. 성작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기 위해 김석주(에제키엘) 신부가 오랜 시간 똑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성물의 기본 틀을 만들어낼 수 없다.

왜관수도원 금속공예실(책임 강대식 고르넬리오 수사)은 국내외 많은 본당과 수도원의 감실, 성작, 성반, 십자가 등 전례에 필요한 다양한 성물들을 제작하고 있다. 금속공예실은 ‘장인’ 전명수(안드레아) 수사가 1982년부터 4년간 독일 뮌스터슈바르작수도원에서 금속공예기술을 공부하고 돌아와 1987년 문을 열었다. 여기서 제작되는 성물은 화려한 아름다움보다는 투박함에서 오는 자연미를 강조한다. 기계 작업보다는 대부분 손으로 두드려서 성물을 만들기에 매우 견고하고, 오래 사용해도 수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김석주 신부가 금속공예실에서 만든 감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우세민 기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금속공예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전명수 수사.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특히 성작들은 몸에 해로운 니켈 도금 대신 금도금만 하기에 안전하고 오래 간다. 김 신부는 “금을 얼마만큼 정직하게 사용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윤만 생각해 금을 적게 사용하면 문제 발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곳의 제품이 구입 1년도 채 안 돼 도금이 벗겨져 저희에게 수리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용주기를 늘려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공방의 핵심적인 기술 노하우입니다.”

김 신부는 비록 수익은 적더라도, 좋은 재료와 기술로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이자 금속공예실이 구현하는 장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제구 안에 있는 성체와 성혈,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구원 사건 등 영적 의미들이 미사 안에서 더 잘 드러나도록 노력합니다. 이윤에서 조금 거리를 둘 수 있는 저희 같은 공방들이 한두 군데는 있는 것이 한국교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2월 17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유리화공예실에서 유동근 수사가 유리화 연결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우세민 기자


■ 유리화공예실 - 유동근 수사

조종운 장인 수사가 만드는
900여 가지 고유한 색상
독일 고급 수제 유리에 입혀

왜관수도원 유리화공예실(책임 조종운 플라치도 수사)을 들어서자 유동근(미카엘) 수사가 색유리에 빛을 비춰 점검하고 있었다. 유리화(Stained Glass) 작품의 의도대로 색이 입혀졌는지, 조합이 잘 됐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유 수사는 “플라치도 수사님께서는 항상 입버릇처럼 ‘색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색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면서 “무슨 색이 있는지, 내가 하고 싶은 작업에 어떤 색을 선택할지 제대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색유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동근 수사.사진 우세민 기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유리화공예실에서 조종운 수사가 일을 하고 있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이곳은 ‘장인’ 조종운 수사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기술을 배워와 1984년부터 유리화를 제작하고 있다. 유리화공예실 작품들은 조 수사가 직접 만든 900여 개 색상이 독일에서 수제 제작한 최상품 유리 위에 입혀져 탄생한다. 이곳 작품들은 전국 여러 성당에 아름다운 창문이 되고, 성당 문의 유리 장식이 됐다. 우리나라 고유의 풍경과 채광까지도 고려해 다른 곳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색상을 만들어내는 점이 이곳의 장점이자 강점이다.

유 수사는 “이렇게 많은 색상을 보유하며 고급 수제 유리에 작업하는 곳이 국내에서는 흔치 않다”며 “수도자가 수익에 따라 정직하지 않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곳에 의뢰해 저렴하게 유리화를 설치한 성당이 기존 작품을 완전히 해체하고 이곳에 재의뢰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유 수사는 밝혔다.

현재 조 수사의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유 수사는 걱정이 많다. 조 수사의 가르침대로 유리화공예실의 명맥을 잇기 위해 유 수사는 대학에서 미술공부도 병행 중이다.

“성미술 창작의 핵심은 영성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입니다. 우리가 제작·설치한 유리화로 신자들이나 세상 사람들에게 신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묵상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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