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가톨릭 쉼터] 이웃종교인들의 ‘수도원 2박3일’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21일)

procurator 0 1,383 2016.08.23 08:38

[가톨릭 쉼터] 이웃종교인들의 ‘수도원 2박3일’

성무일도로 새벽을 열었다
전례 안에서 하나가 됐다

발행일2016-08-21 [제3008호, 9면]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진행된 이웃종교 스테이에 참가한 이들은 2박3일간 수도자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바쳤다. 일정 둘째 날인 8월 13일 새벽 5시20분, 독서기도 찬미가를 봉헌하는 참가자들.박원희 기자

‘딱딱’ 나무 의자를 두드리는 소리. 곧바로 기도문인 듯 노랫가락인 듯 맑은 울림이 퍼진다. 성당 안은 아직도 어슴푸레.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새벽시간이다.

찬미가를 겨우 따라 읽는데, 어느 틈엔가 수도자들은 시편을 읊조리고 있었다. ‘어? 지금 바치는 기도문은 어느 장에 있지?’ 한순간 당황, ‘아하, 기도문이 아니라 성경말씀을 읽는 중이구나’라고 알아채면, 그새 일어서서 영광송을 바친다. 자꾸만 눈길을 끌던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아침햇살이 형형색색 모습을 드러냈다. 발자국 소리 한 점 없이 성당을 빠져나가는 수도자들, 시선은 잠시 그들의 흰 스카풀라에 머문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이웃종교 스테이

8월 12~14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열린 ‘천주교 이웃종교 스테이’ 2박3일 중 절반의 시간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어느 음에 맞춰야 하는지 익히려 애쓰는데, 난생 처음 보는 라틴어 기도문에 감탄하는데, 언제 일어서고 앉아야 하는지 눈치 보는데 써버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탁’하고 마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무겁게 지고 있던 짐을 ‘툭’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어느 틈엔가 수도자들의 ‘계’ ‘응’에 나의 소리도 나의 마음도 맞춰지고 있었다.

“아, 내가 일상에서 벗어났구나. 내가 지금 기도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orea Conference of Religion for Peace 이하 KCRP)가 마련하는 ‘이웃종교 스테이’, 올해 가톨릭교회 체험은 수도원에서 진행됐다.
 

■ 다양함을 인정하고 포용한 시간

이번 체험에는 가톨릭신자들과 함께 비종교인들을 비롯해 개신교, 원불교 등 이웃종교 신자 40여 명이 참가했다.

일정 중에는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할 뿐 아니라 가톨릭 역사 및 영성 강좌, 한국 최초의 피정의 집을 품고 있는 왜관 수도원과 인근 가실성당, 신나무골 성지 순례 등이 마련됐다. 가톨릭교회 역사와 전통적인 보화로 꼽히는 수도생활의 일면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일하고 기도하는’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일상을 접하면서 참가자들은 ‘하느님 앞에 서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아갔다.

내 뜻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순명’, 주님을 위해 살겠다는 충실함을 서원하는 ‘정결’, 물질적 가난뿐 아니라 마음의 가난을 성실하게 실천하는 ‘청빈’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일부나마 풀었다.

이웃종교 스테이 마지막 모임. 참가자들은 앞 다투어 각자의 참가 소감을 쏟아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 공동체정신, 공동생활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다.”

“매일 반복적으로 너무 힘들게 기도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했는데, 엄숙한 전례 안에서 종교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기도가 생활이고 생활이 기도인 수도자들의 삶을 통해 타성에 빠져 있던 나의 신앙생활이 새로운 자극제를 얻은 듯하다.”

일정 중에 마련된 김성찬 신부의 가톨릭영성강좌와 박현동 아빠스와의 만남 등은 이웃종교인들의 마음에도 ‘신앙인’으로서 실천해야할 보편적 삶의 지향점을 심어줬다.

‘쉽사리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삶이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는 깨달음부터 ‘내 것만 알면 편협해지지만 서로를 제대로 알면 다양함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다’, ‘정의란 결국 loving,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참가자 개개인들은 박 아빠스의 권고에 따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에 평화를 심는 묘목이 될 것”을 다짐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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