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쿠바에 파견된 첫 한국인 선교사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장경욱 신부(가톨릭 신문, 2018년 10월 28일)

“사회주의 국가에서 신앙 지켜가는 이들에 관심을…”

305개 본당 400여 명 사제 활동 중
복지 사각지대 이웃 돌보며 선교까지
수도원 건립 꿈꾸지만 공사 시작도 못해

발행일2018-10-28 [제3117호, 21면]

장경욱(아론) 신부는 지난해 3월 쿠바 아바나에 파견됐다. 한국인 선교사제로서는 처음이다.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총연합회는 혁명정부가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세운 이후론 처음으로 쿠바에 진출한 수도회이기도 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속 선교사제인 장 신부는 쿠바·필리핀 출신 사제 3명과 함께, 쿠바 아바나(주님공현 수도원)에서 35㎞ 가량 떨어진 산호세 지역에 컨테이너와 한 겹짜리 벽돌로 임시 경당과 수도생활 공간을 지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축복해준 모퉁잇돌은 아직 그대로 있다. 그 모퉁잇돌을 기초로 수도원과 피정의 집 등을 세울 계획이지만, 사회주의 정부의 행정 조치는 진척이 없고 물자 조달도 힘겹기만 하다. 게다가 공사 금액이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높이 치솟으면서 발발 동동 구르고 있다. 장 신부는 10월 21일 전교주일을 맞아, 후원 음악회와 특강 참석차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 

장경욱 신부는 “쿠바인들의 삶터에서 함께 살며, 기도하고 일하는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를 알리려 한다”고 말한다.
“현존입니다. 쿠바인들의 삶터에서 함께 살며, 기도하고 일하는 저희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를 알리는 것이 바로 선교입니다.”

장 신부는 요즘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진 이른 아침부턴 밭일을 하고 가축을 돌본다. 아직 과수를 키우는 덴 서툴러 고구마와 콩 등의 작물을 주로 가꾼다. 틈틈이 가시덤불로 뒤덮인 땅을 고르고, 철사 한 줄 벽돌 한 개를 사서 쌓아 올리고 다듬고,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폐허를 정리하는 것도 그가 선교지에서 해야 할 몫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면 하루 몇 대 오가지 않는 버스를 세 시간쯤 타고 아바나 수도원으로 이동해 신자들을 맞이하고 매일 미사 집전, 인근 본당 사목 등을 지원한다. 아바나에도 자체 수도원을 갖추진 못해 옛 가르멜수도원을 빌려서 머문다. 이곳 수도원 성당을 찾아오는 신자 수는 주일 평균 70여 명 남짓, 성소자는 1명이다.

중앙아메리카 카리브 해 서부에 위치한 쿠바. 많은 이들은 쿠바라는 이름과 함께 칸쿤 등의 휴양지 혹은 체 게바라, 살사, 시가 등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곳에 가톨릭교회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사목방문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면서, 대중들의 입에 더욱 자주 오르내리는 또 하나의 국가가 바로 쿠바이기도 하다. 쿠바는 세계 각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혁명정부가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교회 재산을 몰수하고 핍박할 때도 외교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다. 역대 교황들은 쿠바를 방문했고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쿠바와 미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1개 교구 305개 본당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교구와 수도회를 포함해 400여 명의 사제들이 활동 중이다. 쿠바 가톨릭교회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이후와 이전 혁명정부와의 관계가 확연히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장 신부는 “하지만 60여 년간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교회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신자들은 교회를 떠나갔다”고 설명한다. 쿠바 사회에 만연한 가톨릭과 아프리카 토속종교가 결합한 산테리아교도 가톨릭 신앙의 큰 장애물이다. 현재 교회를 지키고 있는 이들 또한 대부분 고령화됐지만, “차츰 손주들의 손을 잡고 교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쿠바에선 가톨릭신자들이 고위공직자가 되는 것을 공공연하게 막았을 뿐 아니라 공산당원으로 가입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었다. 

“사회주의 정부 압박 아래에서 젊은이들이 스스로 가톨릭신자라고 밝히는 것은 취업이 불가한 정도를 넘어서 사회적 자살과도 마찬가지였고, 기존 신자들도 자녀들에게 신앙교육을 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쿠바교회는 텅 비어 있던 시간을 딛고 다시 일어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각 수도회들은 혁명정부에 빼앗긴 학교와 병원 등의 시설과 재산을 돌려받진 못했지만, 사회복지의 사각 지대에 있는 이들을 돌보며 각자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특히 쿠바교회는 성 베네딕도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혁명정부가 공식적으로 진출을 허락한 첫 수도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회는 아직 수도원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정부 허락 없인 선교차량 한 대도 살 수가 없다. 해외에서 차량을 들여오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경우엔 세금만 800% 이상을 물어야 하기에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한다. 쿠바교회 성 베네딕도회 후원금은 매달 5달러. 딱 1명 있는 쿠바 후원회원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보태주는 정성이 전부다. 현재 쿠바 성 베네딕도회는 오딜리아 총연합회와 해외 후원자들의 지원 없이는 존재 자체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2008년에 설립되긴 했지만 여전히 성소자 식별은 무거운 과제로 남아 있다.

“자녀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알려주고 자유롭게 신앙교육을 할 수 있는 것만도 큰 가능성과 희망입니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베네딕도의 영성을 바탕으로 기도하고 일하며 한 사람 한 사람 신앙적 감화를 받을 수 있도록 성실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도 신앙을 지키고 찾고 실천하려고 애쓰는 쿠바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겠습니까?”

※후원 계좌: 국민은행 608001-04-056954(예금주 (재)왜관성베네딕도수도원)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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