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토마스 머튼 다룬 한국 교회 첫 박사 논문 나와 (2019년 3월 3일, 가톨릭평화신문)

procurator 0 1,301 2019.05.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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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에서 토마스 머튼과 그의 종교 간 대화를 다룬 첫 박사 논문이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리지스 칼리지에서 심리학과 영성신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고 9년 만에 귀국한 박재찬(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사진) 신부의 논문이다. 1991년 20살에 입회한 그는 재충전이 필요해 유학을 떠났다. 우연히 캐나다에서 토마스 머튼 신부의 책을 읽으며 그와 연애를 시작했다.

20세기 영성가로 꼽히는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은 「칠층산」의 저자다. 그는 수도생활 초기에는 속세를 벗어난 관상생활을 하다가, 수도원이 세상과 분리된 곳이라는 편견을 깨고 관상과 활동이 조화를 이루는 수도생활을 추구한다. 그는 관상이 수도자의 전유물이 아닌 평신도와 비그리스도인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타 종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박 신부는 한국에서 신학생 시절 아시아인으로 서양 철학과 신학을 배웠다면, 사제가 되어서는 거꾸로 그리스도교 문화가 동양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는 논문에서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불교와 토마스 머튼의 대화에 대해 분석했다. 아시아인 그리스도인이자 베네딕도 수도승의 관점으로 머튼이 종교 간 대화에 남긴 공헌을 통찰했다.

“토마스 머튼을 만나면서 학문적, 영적인 삶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간직하면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영적으로 성숙하다면 다른 종교와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상호 나눔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토마스 머튼의 종교 간 대화는 획일이 아닌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추구한다. 박 신부는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영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이들의 종교 간 대화는 이론적 논쟁으로 끝나기 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신부는 논문을 준비하며 2016년 지도 교수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불교 스님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직지사 템플스테이에도 참가했다. “모든 인간에게는 영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모두의 마음 안에는 ‘관상의 씨’가 숨겨져 있지요. 모든 영적 체험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명상이나 기도, 선행을 하면서 관상의 은총이 주어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은총이 깊어질수록 하느님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됩니다.”

박 신부는 “내적인 수행을 통해 하느님과 가까워지면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눌 힘이 생기는데 이것은 자신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사랑을 베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토마스 머튼 영성의 핵심이다.

토마스 머튼 신부는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를 통해 불교와 대화하게 됐고, 실존적이고 경험적인 대화는 그 한계를 넘어서 동서양 수도생활의 공통된 가치를 발견하게 도왔다. 토마스 머튼 신부는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그는 1968년 방콕에서 열린 범아시아회의에 참석해 불교와 영적으로 깊은 친교를 체험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눈을 감았다. 

“오늘날 선교의 개념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선교의 목표를 종교적인 개종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다른 종교인들을 존중하며 대화하고, 친구로 맞아들여 신앙 안에서 좋은 것을 나눈다면 영적으로 서로 풍성해집니다. 영적인 나눔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지요.” 

박 신부는 현재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기구에서 아시아 지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토마스 머튼의 영성을 일반인들과 나누기 위해 3월부터 부산 분도 명상의 집(051-582-4573)에서 피정을 열 계획이다. 그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 사이에 관상적 종교 간 대화 증진을 위해 에너지를 쓰고 싶다”고 했다. 박 신부의 논문은 4월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되며, 한국에는 11월에 우리말로 출판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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