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석철 수사, 100세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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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래 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100살 되도록 살게 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그저 감사드릴 뿐이야.”
수도생활만 78년. 만 100세 생일을 맞은 노(老) 수사는 그저 하느님께 감사하며 산다고 했다. 자신을 보호하고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을 느끼기 때문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가 그분 품으로 가는 것이 소망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석철<사진> 수사가 지난해 12월 13일 만 100세 생일을 맞았다. 191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36년 덕원수도원에 입회해 80여 년 가까이 수도자로 살아온 그는 요즘 대부분 시간을 기도하며 보낸다고 했다.
“일과는 늘 같지. 아침 4시 20분에 일어나서 한 시간 동안 묵주기도를 하고, 그 뒤에는 공동 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드리고…. 식사와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기도를 해. 예전에는 독서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눈이 침침하고 잘 보이지 않아서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묵주기도를 많이 하지.”
노안이 심하다는 노 수사의 기도 지향은 수십 가지에 이른다. 막힘없이 줄줄 기도 지향을 쏟아내는 모습은 세월의 흐름도 비켜간 듯했다. 남북한의 평화, 중국의 회개, 온 세상과 러시아, 인도, 주변국들의 회개 등 이 수사는 지향마다 묵주기도 5단씩을 바친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군사 독재 시절 등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모두 경험한 노 수도자는 어떤 힘으로 수도 생활을 해왔을까.
“어디에서 살든 그것이 수도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 6·25전쟁이 나고 수도원이 해산돼 부산에서 피난민으로 살았을 때도 교회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지. 어떤 일이 닥쳐도 모든 것이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 여겼던 게 지금껏 나를 이끌어온 힘이야.”
이 수사는 자신의 인생을 “하느님께서 붙들어주신 것”이라고 표현했다. 죄인인데도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고 했다.
100세의 노 수사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요즘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개인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도 열심히 기도하면서 살았으면 해. 그래서 우리가 모두 성인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 수사는 요즘 병실에서 지내기 때문에 좀처럼 다른 수사들과 만날 일이 없다. 다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도 생활을 열심히 해서 성인이 되자’는 말을 한다.
이번 생일 때도 이 수사는 자신을 찾아온 수사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성인 되세요.”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