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공지영, "내 삶의 내비게이션, 하느님"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27일)

procurator 0 2,587 2015.01.28 11:25
뜻밖의 소식
공지영, "내 삶의 내비게이션, 하느님"[책으로 읽는 복음-공지영 작가 인터뷰]
한상봉 기자  |  isu@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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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7  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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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수도원 기행 2>를 분도출판사에서 출간한 소설가 공지영(마리아)을 만났다. 공지영은 이 책에서 “글쓰기가 나에게는 친구이며 애인이며 고해신부다. 또 하느님의 얼굴이었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공 작가에게 글쓰기란 무엇이지 궁금했다. 

 

책에는 “밥벌이를 위해서 글을 쓰지만 밥벌이만을 위해서 글을 쓰지는 않는다” 하는데, 그 이야기를 좀 더 풀어주세요.

   
 ⓒ한상봉 기자

나는 자신을 ‘고용되지 않은 프리랜서 노동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제일 먼저 ‘돈을 벌기 위해서’지요. 그렇다고 돈만 벌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돈벌이와 내 가치관, 자존심, 인간성과 부딪치면 당연히 우선순위를 다시 매기게 됩니다. 다른 면에서 글쓰기는 일단 치유의 효과가 굉장히 커요. 내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이 글이 되어 나오면 객관화되는 거죠. 밤새 쓴 일기와 편지를 아침에 다시 보면 ‘어, 이게 뭐지?’하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내 밖으로 나갔을 때 나의 다른 무엇이 된다고나 할까요. 이런 성찰이 가능한 글쓰기가 다행히 밥벌이까지 되니까 행복한 일이죠.

 

 

최근 7~8년 전부터 종교와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데, 그 이유는? 
그동안 글에 조금씩 배어 나왔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신앙에 관한 책을 쓴 거라고 봐야죠.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의 60퍼센트 이상, 내가 하루에 생각하는 것의 70퍼센트 이상이 ‘하느님’과 ‘나’에 관한 것인데, 내가 이걸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하고요. 나이가 들고 주변정리가 좀 되면서,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쓰고 싶은 대로 쓰자고 마음먹었죠.

 

<수도원 기행 2>에서 제일 먼저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외국 수도원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왜관수도원 사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120명 정도 되는 수도자들 가운데 절 반 정도 밖에 노동을 하지 않는데도 수도원 사람들이 아주 잘 먹고 살더라고요. 먹고 살뿐 아니라 수사님들 외국유학도 보내고, 노인수사님들에게도 치료와 간호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봤어요. 그때 생각했죠. “세상에 착취가 없으면 이렇게 되나?” “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지 않으면 이런 경우가 오나?” 솔직히 말해서 공산주의의 어떤 미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노동도 별로 하지 않아요. 8시 반에서 5시 반까지 노동을 하는데 점심 때 오면 먹고 쉬지, 그렇다고 빡세게 일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간식도 먹으면서, 주말에는 당연히 쉬고, 대축일에 놀고, 뭐 완전 ‘신이 가고 싶은 직장’이더라고요.

 

이른바 ‘적정노동’이란 말이군요. 그렇지만 장가를 못 가잖아요.
난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장가 안 가는 것도 완전 좋아요. 내가 지금 남자로 싹 돌변한다면 수도원 들어가서 편하게 살 것 같아요. 공산주의 원론에서 내가 배운 대로 ‘능력대로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받는’ 거잖아요. 많이 일하는 사람도 있어요. 근데 뭐 투덜투덜 하지만 또 게으름 피우는 사람도 분명 있거든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공동선은 ‘능력껏 생산하고 일한 만큼 가져간다’는 수준인데, 일한 만큼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는 게 가능할까요?
그게 바로 ‘가족애의 확대’죠. 가족들은 능력껏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가져가는 거잖아요. 사랑으로 이루어진 큰 의미의 가족이 필요하죠.

 

선생님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새벽미사와 성무일도, 침묵기도도 열심히 하신다는데, 한편으로는 교도소도 방문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와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도 늘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신앙과 이런 사회적 관심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정말 혼자 고독 속에서 지내고 싶은데, 그분들이 저를 원하기도 하지만, 제가 배운 대로, 또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가르친 대로 가난하고 우는 자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신앙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요. 제가 현장에 가는 것은 미사참례를 하는 것과 비슷한 행위지요. 그건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이걸 굳이 ‘사회참여’라고 부르기 전에 성경에 쓰인 대로 살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미 우리에게 시험문제를 내줬잖아요. 마지막 날에 “내가 굶주렸을 때 너는 먹을 것을 주었냐 안 주었냐.” 그런 거 말이에요. 다행히 나는 감옥에 가서 사형수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시험문제가 이미 복음서에 나와 있는데, 그걸 몸으로 풀고 나서 나중에 하느님 앞에서 면접시험을 봐야 될 것 같아요. 이게 종신(終身)대책이잖아요. 이게 노후대책보다 중요해요. 예수님이 제시하신 시험은 ‘오픈 북’인데, 기본이라도 빨리 하고 가야죠. 간혹 사람들이 내게 ‘선생님 요새 열심히 기도 하신다면서 사회참여는 또 뭡니까?’ 하고 물으면, 그게 무슨 질문인지 모르겠어요. 구약에도 복음서에도 엄청 쓰여 있는데, 그걸 그대로 하는 거죠. 그분께 혹시나 잘 보일까 해서요.

 

   
 ⓒ한상봉 기자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이쁠 것 같네요. 순수한 신앙이란 단순한 신앙이죠. 그분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필요하겠죠. 마지막으로 하느님은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느님은 말하자면 ‘내 삶의 내비게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전원을 끄면 기능을 못하지만, 하느님은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라도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세요. 하느님 뜻대로 살지 않으면 경로가 취소되었다며, 다시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살면서 매 순간이 영혼의 교차로 같아요. 거기서 한번 길을 잃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분이 다시 새 길을 알려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평화로워지고, 심간이 편해져요. 그래서 가능하면 하느님 내비게이션이 ‘최적거리’라고 지정해 준 대로 가려고 해요. 좀 어렵고 힘들어도 그리로 가야 우회하지 않고 그분께 바로 갈 수 있으니까요.

 

한상봉 기자/ 뜻밖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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