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교들과 형제애 안에서 평화 향한 첫 걸음 내딛어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 양국의 주교들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포럼에 참가한 주교회의 민족화해특별위원회(위원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소속 주교들은 행사 중인 10월 7일 간담회를 열고 각각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주교단은 형제로서 환대해 준 미국 주교들과의 만남 자체에 큰 의의를 뒀다. 한미 주교들의 공식적인 교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은 ‘형제애’ 안에서 이뤄진 첫걸음으로, 미국교회는 한미 양국 주교들의 만남 안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미국 주교들은 언제 어디서나 한국 주교들을 형제로 맞이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베드로·평양교구장 서리)는 “우리 한국 주교들을 향한 미국 주교들의 형제적인 큰 지지의 마음이 굉장히 순수하게 느껴졌다”며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미국교회와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 역시 “미국 주교들이 우리와 함께 동반하며 경청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한반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미국 주교들에게서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는 “‘옛말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입장에서는 간절하고 급한 마음이 들 수 있지만, 형제 주교들과 함께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블라시오·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는 “이번 포럼에서 대화라는 것이 한 번에 모두 소통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다른 단계에서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첫발을 내딛었고, 또 다른 차원의 대화가 계속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평화를 위한 다양한 길 모색
이기헌 주교는 포럼에서 나온 내용처럼 핵 문제 해법에 대해 이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새롭고 창조적인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형제가 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자들 안에서 화해와 평화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나아가 청소년기부터 평화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평화는 복음의 핵심이기 때문에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를 넘어 일상의 관계 안에서 평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춘 교육을 시도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주영 주교(시몬·춘천교구장·함흥교구장 서리)는 “특별히 이번 포럼에서 실무진으로 봉사해 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샬롬회 청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느낀 점은 이들이 단순한 봉사자로서가 아니라 우리 교회가 바라는 복음적인 차원에서 평화를 이루는 데 큰 희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폭력의 문제
평화교육과 함께 폭력에 대한 고찰도 나눴다.
정순택 대주교는 한반도 평화 문제는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폭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70여 년 전 일어난 6·25 전쟁부터 오늘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폭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 안에서도 가정폭력부터 성폭력 등 크고 작은 폭력이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반도 평화 문제는 이 세상의 폭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 대주교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우리 사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에 대해서도 성찰해 보고, 어떻게 참다운 평화를 이뤄갈 수 있을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