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 공항 규제 언급하며 정책 지적
자본의 속성 식별하고, 자연에 책임 의식 가져야
주교회의가 “과도한 공항 건설은 탄소 중립에 역행한다”고 정부의 공항 개발 정책을 비판했다.
13일 박현동 아빠스(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는 입장문을 내고, “불필요하고 중복된 공항 건설처럼 온 국토에서 진행될 생태 파괴 행위를 멈추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교통수단이 항공기임을 강조하며, “지금은 무엇보다 항공 수요와 관련된 인프라를 급격하게 줄여야 하는 위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는 공항을 줄이고, 증설 계획을 취소하며, 단거리 노선을 규제하고 있다. 스웨덴은 전국에서 셋째로 큰 브롬마 공항을 폐쇄하기로 했다. 영국 히스로 공항은 파리 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책무를 고려하지 않고 공항 확장을 결정했다는 이유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열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박현동 아빠스는 이런 세계 흐름과 다르게 우리나라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의 공항 정책 추진 방향을 담은 ‘제6차 공항 개발 종합 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계획대로라면 기존 15개 공항에 10개를 더해 모두 25개가 된다. 박 아빠스는 “공항이 수요가 없어 해마다 막대한 만성 적자를 누적시켜 왔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존 14개 공항이 적자에 허덕여 적자 금액은 2154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국제 여객 감소에 따른 항공사들의 매출 피해에 정부는 8조 원에 가까운 공적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지금도 수요가 없고, 사용하지 않는 공항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므로 오히려 기존의 공항과 항공 수요를 과감하게 줄여야 하는 절박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새만금 신공항 계획은 공항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되고, 갯벌과 염습지, 산림, 바다 등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은 온실가스 흡수원을 없애는 이중의 악영향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됐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과 염습지, 산림과 바다를 파괴하는 신공항을 짓는 모순을 자처하는 셈이다.
박 아빠스는 더불어 “제주도의 제2공항 건설도 주민 투표로 도민들이 반대하며, 제주도는 이미 쓰레기 포화상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바다 사막화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성만을 앞세우는 사고, 정치 공학적인 정책과 사업들, 각종 난개발, 개발과 건설로 이익을 얻는 자본의 속성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는 “경제 발전의 논리로만 삶의 터전을 대할 것이 아니라, 같은 창조물이며 하느님 창조의 협력자로서 자연과의 관계와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