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구상 시인.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 제공 |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낸 한국시단의 거목 구상(具常, 1919~2004)시인이 선종 20주기를 앞두고 경북 칠곡으로 돌아온다.
구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는 최근 영남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년은 아버지께서 타계 한지 20주기가 되는 해"라며"다음 달 중에 경기도 안성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된 아버지의 묘를 칠곡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직자 묘역으로 이장한다"고 밝혔다. 또 "어머니(서영옥 여사)와 합장돼 있는데 이번에 두 분 모두 칠곡으로 모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구 시인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대구로 내려와 피란문단을 이끌었다. 1953년부터는 부인 서 여사가 병원(순심의원)을 개업한 칠곡군 왜관읍에 기거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1974년 서울로 완전히 이사 가기 전까지 칠곡 낙동강변을 거닐고 수도원 농장에서 밭일하며 시를 썼다. 그렇게 그의 연작시 '밭 일기' 100편과 '강' 60여 편이 세상에 나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함경도에서 자랐지만 그의 본적은 아직도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789'다. 그가 살았던 왜관에는 현재 구상문학관이 들어서있다.
1957년쯤 구상 시인과 부인 서영옥 여사, 딸 자명씨. 구상 시인은 1953년 대구에서 가까운 칠곡 왜관에 정착했고, 그의 부인은 '순심의원'을 운영했다.영남일보 DB |
구 소설가는 "아버지는 생전에 왜관수도원을 '친정'이라고 표현하셨다"며 "수도원이 있는 왜관에 어머니 병원이 있었고, 낙동강 생태공원과 마주 바라보이는 위치에 아버지 시비가 있다. 또 아버지와 함께 월남한 수도자들도 그곳에 계신다"고 설명했다.
구 소설가는 또 "아버지의 유해 중 일부는 분골해 서울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있는 화가 이중섭 묘 부근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구 시인은 화가 이중섭과 절친한 사이로, 이중섭의 개인전을 주선하는 등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임종을 앞둔 반 혼수상태에서도 '친구 듕섭'을 찾을 만큼 이중섭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칠곡군도 지난해 왜관에 보행자 전용도로인 '구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의 우정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거리는 내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구 시인은 프랑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이면서 1999년과 2000년 노벨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랐던 한국문단의 상징적인 존재다.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역임할 당시에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하기도 했다. 영남일보는 2017년부터 시인의 문학세계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