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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인재 영입, 정선의 <초당춘수도> (중도일보, 2024-02-09)

procurator 0 86 02.27 13:44
삼고초려
정선 작, 초당춘수도(草堂春睡圖, 견본담채, 23.5 × 29.5cm, 배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 ~ 1759, 조선 화가)의 그림에 <초당춘수도(草堂春睡圖, 견본담채, 23.5 × 29.5cm, 배네딕도회 왜관수도원)>가 있다. 독일에 80년이나 나들이한 《겸재정선화첩》 속 21점 중 하나이다. 화첩에는 산수화 7점 포함, 고사인물도가 주로 담겨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를 참고하면,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Norbert Weber) 대원장이 1925년 방한 중에 수집해 가져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1911년과 1925년 2차례에 걸쳐 한국에 다녀갔으며, 저서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1915), 《금강산》(1927)이 있다. 1927년 《고요한 아침의 나라》 기록영화도 만들었다.

1975년 독일 유학중이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발견, 논문을 발표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2005년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이 한국의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 왜관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다.

<초당춘수도>에는 산속 초가의 한가로운 모습이 담겨있다. 주인은 봄잠에 들어있고, 찾아온 손님이 문밖에서 시중드는 아이와 이야기 하고 있다. 주위에 폭포, 대나무, 소나무, 학이 등장한다. 모두 은일하는 사람 품격의 상징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장면이다. <삼국지>는 우리 일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림, 음악, 신앙, 병법, 철학 등에 다양한 방법으로 녹아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한 소설만도 수십 종에 이른다. '연의(演義)'는 이해하기 쉽고 즐길 수 있도록 살붙이고 재미있게 설명한 것으로,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 와는 차이가 있다. 삼국지라 함은 서기 184년 중국 후한의 쇠퇴부터 서진이 중국을 통일한 280년까지, 100여년에 걸친 흥망성쇠(興亡盛衰)의 중국 역사서이다. 어쨌거나 그 속에 고사성어 포함, 주목할 소토리텔링이 수없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삼고초려이며, 삼고모려라(三顧茅廬)고도 한다. 인재에 대한 화두가 담겨있기 때문에 많이 인용되는 것이리라.

유비가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고, 군사를 일으킨다. 한나라 부흥이 꿈이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유능한 군사(軍師)의 필요성을 절감한 유비가 은사 사마휘에게 인재 천거를 청한다. 사마휘는 '복룡'이나 '봉추'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평정 할 수 있다 말한다. 복룡은 제갈량, 봉추는 방통이다.유비는 아우들과 함께 예물을 싣고 양양 땅에 있는 제갈량의 남양초당(南陽草堂)으로 찾아간다. 집을 비워 만나지 못하지만, 이후 계속 찾는다. 그러기를 세 번째, 관우와 장비의 극구 만류에도 찾아가 기어코 제갈량을 만난다. 정성과 성의를 다하는 유비의 겸양지덕에 량의 마음이 열린 것이다. 인재 맞는데 그깟 횟수가 대수이랴.

사람은 저마다 비교우위에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중지론에서 말하는 다양한 지능 가운데 한 가지 이상 우월적 지능이 있다는 것이다. 논리·수학적 지능, 언어 지능, 공간 지각 지능, 신체 운동 지능, 대인 관계 지능, 음악 지능, 자기 성찰 지능, 자연 친화 지능이 그것이다. 이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성찰 지능'이라 생각한다. 특히 창조적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재능이상으로 중요하다. 자신의 상태나 감정의 파악, 객관화, 자신의 잘잘못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메이어와 샐로비 등 학자가 주장하는 정서지능(EI ; Emotional Intelligence) 일부가 그에 해당된다 하겠다. 정서지능은 첫째 자신의 정서 인식 능력, 둘째 자신의 정서 관리(조절) 능력, 셋째는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하는 능력, 넷째 타인의 정서 인식과 공감능력, 다섯째는 관계를 잘 맺는 능력이다. 이것이 인간을 성공과 행복에 더 가깝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게 해준다.

인재영입 한다고 정당마다 부산하다. 본인들 스스로 인재가 못 된다는 것일까? 그런 자성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새로운 인물의 충당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인재는 보편적으로 어딘가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을 이른다. 많이 알려졌다고, 인기가 있다고 인재는 아니다. 발탁한 사람 면면이 국회의원에 적합한 인재인지 의아스럽다.

오늘날 인재 발탁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바로 선거이다. 선거는 현대판 삼고초려이자 선진사회의 척도이다.

겉모습과 단편적 이력으로는 한 사람 알기도 쉽지 않다. 부적합한 측면으로 판단하는 것이 좀 더 쉽지 않을까? 국가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안목 없이 자신의 출세에만 매달리는 사람, 전문성이 없거나 편협한 사람,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 공사 구분 못하는 자, 범죄자, 적어도 이런 사람은 발탁하지 말자.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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