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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19년 8월 13일, 가톨릭뉴스지금여기)

procurator 0 617 2020.04.28 19:44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탄자니아에서도 형편이 매우 어려운 루크와 주의 초등학교(탄자니아에서는 프라이머리 스쿨이라고 합니다)의 한 교실을 방문했습니다. 교실에 발을 딛는 순간, 첫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책상도 걸상도 신발도 없이 학생들이 맨바닥에 빼곡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물론 책도 공책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책가방은 쌀자루나 옥수수 포대 같은 남루한 것이었습니다. 교실에는 까만 눈동자들만이 별들처럼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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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루크와 주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실을 들어서는 순간, 숨쉬기조차 힘든 먹먹한 풍경과 맞닥트려야 했다. 우리도 예전에는 한 반에 80명이 넘었고, 한 학년에 14반까지 있었다. 그마저도 교실이 부족해서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진행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식


이 슬프고도 먹먹했던 모습이 탄자니아 여정 내내 제 마음속 깊이 박혀 있습니다.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움막 같은 집에 방이라고는 세간살이조차 없는 곳이었습니다. 맨바닥인 곳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집은 전기도 수도 시설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대부분이 맨발에 화장실과 부엌도 없었습니다. 밥도 대부분 옥수수로 만든 죽 같기도 하고 빵 같기도 한 우가리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더럽고 낡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인간적 삶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마을에는 어른들은 보이지 않고, 아이들만 놀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들판으로 나갔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가구에 자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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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 수도회 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는 정규 과정의 교육뿐만 아니라 직업을 위한 기술학교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재봉기술반의 모습. ⓒ장영식 


이에 비해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훌륭한 시설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책상과 걸상뿐 아니라 화장실과 식당 그리고 기숙사도 있었습니다. 수도원 안에는 기술학교도 있어서 재봉과 전기, 목공과 건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도원에서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학교에 역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의 기숙사 시설이 열악했고, 재봉틀도 형편없이 낙후된 것일 뿐만 아니라 재봉을 배울 천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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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 수도회 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는 정규 과정의 교육뿐만 아니라 직업을 위한 기술학교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재봉기술반의 모습. ⓒ장영식


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 수도원 선교총무국에서는 2019년도부터 탄자니아의 성 베네딕도 수도회 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도원 학교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선교총무국 고진석(이사악) 신부는 탄자니아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 면담하고 격려했습니다. 고진석 신부는 탄자니아의 장학사업에 대해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 은인이 쾌척한 장학기금과 왜관 수도원의 선교후원금을 합해 매년 약 10만 유로의 장학사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4만 유로 규모로 탄자니아에 한정하여 장학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내년부터는 탄자니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로 확대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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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직업 기술학교에서는 생활의 기본인 재봉과 목공, 전기와 벽돌 만드는 과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은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는 실습 현장의 모습. ⓒ장영식  


고진석 신부는 왜관수도원에서 아프리카 장학사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 “우리도 독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이 사업을 통해 윤리적, 신앙적 부채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이번에 탄자니아에 와서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보니 뿌듯하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비인간적인 열악한 환경의 학생들을 보면서 더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도울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돈을 보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수도공동체를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의 제공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 자체가 복음화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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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 선교총무국 고진석 신부가 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 왜관수도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장학생들을 만나 함께한 모습.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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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 선교총무국 고진석 신부가 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 왜관수도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장학생들을 만나 함께한 모습. ⓒ장영식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서는 노동과 기도가 일치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수도원마다 “기도하고 일하라”(Sala na Kazi)라는 글귀가 선명합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정신을 배우고, 아프리카의 붉은 대지의 영성과 결합할 수 있다면 기도하고 일하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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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가난한 학생들이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정신에 무장되고 아프리카의 붉은 대지의 갑옷과 결합할 수 있다면, 자본주의와는 달리 그들의 깊고 단단한 영적 힘으로 기도하고 일하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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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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