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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의 가족이야기] ‘나눔을 유산으로’ 생전 기부 실천한 할머니 본받아 유산 쾌척한 가족들, (가톨릭평화신문, 2022-…

procurator 0 168 02.14 14:04

생전 10여년간 장학금 기부한 김기생 할머니 유가족들, 남은 유산 4억 8300여만 원도 기부 

//cpbc.co.kr/CMS/newspaper/2022/03/rc/820711_1.0_titleImage_1.jpg 이미지평생 나눔을 실천하고 최근 다시 유족을 통해 부산교구 중앙주교좌본당에 4억 8300여만 원을 기부한 고 김기생 할머니. 조카 김종태씨 제공




지난 1월 25일 부산교구 중앙주교좌성당(주임 윤정환 신부)에서 특별한 성금 전달식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90세를 일기로 선종한 김기생(안나) 할머니가 남기고 간 유산 4억 8300여만 원이 유족을 통해 본당에 전달된 것이다. 생전 늘 “교회의 미래는 젊은이다. 젊은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으로 장학금 기부와 이웃 나눔을 실천해온 고인의 뜻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휘한 순간이다. 평생 나눔을 실천하고도 하늘나라에서 다시금 교우들을 위해 선물을 전한듯한 따뜻한 소식은 최근 부산교구 주보에도 실렸다. 본당은 고인의 유산을 ‘성십자가 장학회’를 통해 본당 주일학교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김 할머니의 삶은 모두 나눔으로 통했다. 만나는 이들에게 하나같이 ‘성인’, ‘성녀’라고 칭하며 존중했고, 많은 이들을 성당으로 이끌어 대모가 돼줬다. 오랜 세월 알고 지낸 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을 남모르게 챙기면서도 대부분 나눔의 대상은 젊은이들이었다. 평소엔 온화하고 인자하면서도 나눔이 필요할 땐 주저 없이 실천했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본당에 매달 200만 원씩 장학금을 기부했고, 손에 먹거리가 든 선물 보따리 들고 어려운 가정과 교도소 방문을 좋아했다. 갑작스레 뇌출혈로 선종하기 전날까지도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있는 94세 언니 교우와 한참이나 통화하며 안부를 걱정했다. 참 신앙인의 모범이었던 할머니는 본당 교우들 모두가 좋아하는 ‘나눔의 왕언니’였다.

생전 할머니와 본당 나눔 단체인 다미아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강영숙(베로니카, 75) 현 다미아노회 회장은 “어려운 분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신 어르신께서는 늘 ‘하느님의 아이들을 키워야 하느님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하셨다”며 “무척 건강하셨는데 주일 미사 후 식사하시고 갑자기 쓰러지셨다. 하느님께서 어르신이 걸어오신 발걸음을 보시고 편안히 선종하시도록 축복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 미사 때엔 김 할머니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들로 성당이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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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평생 동정녀로 살며 굳은 신앙심과 이웃을 위했다. 젊은 시절 가족 중엔 처음 하느님 자녀가 됐고, 이후 가족, 친지, 그리고 15명에 이르는 조카들이 모두 그를 따라 세례를 받았다. 코흘리개 조카들은 주일이면 무조건 고모를 따라 미사에 참여했다. 새벽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기도하는 모습이 조카들 기억에 남아 있는 고모의 삶이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간에 좋다는 토룡탕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최종명(라우렌시오, 1994년 선종) 수사와의 인연으로 토룡탕 제조법을 전수받아 시작한 사업은 생각보다 잘됐다. 공장도 세우고, 전국에 대리점도 몇 개씩 두면서 번창했다. 그리고 돈을 버는 족족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 나눴다. 교회 기관이나 성당 등을 통해 끊이지 않고 장학금과 성금을 기부했다. 주변에 더 가난한 아이들을 만나면 자신의 방까지 내주면서 학업을 도왔다. 많을 땐 1년에 대학생 20여 명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로 공부한 아이들 가운데엔 현재 판검사가 된 이도 있다.

할머니는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 봉헌회 1기 회원으로,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복음적 삶의 지혜를 교회 안팎에서 실천하면서 수도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지냈다. 유족은 고인의 뜻대로 시신을 대학병원에 기증했다.

김 할머니의 장조카 김종태(안드레아, 66)씨는 “고모님께서는 삶의 첫째에 꼭 가난한 이들, 그리고 공부하고 싶은 청년들을 두셨다”면서 “평생 나누는 삶을 지켜본 저희 조카들도 고모님 정신을 본받고 기억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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