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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독일에서 귀환한 겸재정선화첩, (경북일보, 2022-08-03)

procurator 0 100 02.14 14:35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는 겸재 정선(1676-1759)이 75세 때(1751년) 그린 진경산수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이건희 삼성전자회장(1942~2020)이 국가에 기증한 컬렉션인데, 조선 천년왕국의 꿈을 담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비견되는 작품이라 합니다. 겸재 정선은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서울 양천현령(현 강서구청장)으로 있으면서, ‘양천팔경첩’, ‘경교명승첩’ 등 불후의 명작을 그렸다고 합니다. 2009년 강서구에 겸재정선미술관이 건립되었습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에 이어 세 번째 큰 도시가 남부에 있는 뮌헨입니다. ‘수도사의 고향’이라 불리는 뮌헨에는 1884년 암라인(Amrhein)신부가 설립한 오틸리엔(St. Ottilien) 수도회가 있습니다.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소속 선교사들이 1909년 서울에 와서 수도생활과 선교활동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1927년부터는 함경도 원산에서 활동을 하다가, 1952년 경북 왜관으로 이전하여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틸리엔 수도회는 6·25 전쟁 중에 우리나라에 구호물품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수도회의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신부는 1911년과 1925년 한국방문에서 ‘겸재정선화첩’을 수집하여 독일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겸재정선화첩에는 ‘금강내산전도’, ‘만폭동도’, ‘구룡폭포’ 등 금강산 산수화 3폭과 공자의 ‘행단고슬도’ 등 총 21점이 수록되어 있다 합니다. 베버신부는 1927년 ‘내가 그토록 빨리 사랑에 빠졌던 한국’이라며 간행한 여행기 「한국의 금강산에서」 이 그림을 소개하기도 하였지만,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인 이 화첩은 오틸리엔 수도회 선교박물관 1층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1964년 파독 광부로 독일에 갔다가 쾰른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베버신부의 여행기에서 꿈인 듯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 3폭 도록을 보았다고 합니다. 유준영 교수가 그 행방을 찾아 백방으로 뛰던 중 드디어 베버신부가 아빠스(Abbas·대원장)로 있었던 오틸리엔 수도회에서 이 화첩을 찾아내었다고 합니다. 모골이 송연한 전율이었을 것입니다.

깊이 숨은 것도 때를 만나면 드러나게 마련이고, 어둠 속이라도 찾는 자에게는 반드시 길이 있는 것입니다. 1999∼2000년 화첩의 그림에 세계적 명성이 더하여지게 됩니다. 미국 덴버미술관의 케이 블랙연구원과 독일 킬대학교 에카르트 데게교수가 미술전문지 「오리엔탈 아트」에 ‘숨 막힐 듯한 걸작’이라며 화첩에 대한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던 것입니다. 세계적 보물을 알아본 것입니다. 이에 뉴욕 크리스티 경매회사가 ‘50억 원’을 호가하며 경매를 권유하였다고 합니다. 수도회로서는 돈방석에 앉을 기회였던 것입니다. 1985년부터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신지훈 신부가 화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그 반환을 타진하였다 합니다. 크리스티 경매회사의 50억 원 호가가 지지부진하던 반환에 촉매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틸리엔 수도회는 경매회사의 상업적 제안을 단호히 뿌리치고, 2005년 10월 화첩을 왜관수도원에 영구임대형식으로 반환한 것입니다. 80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긴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오틸리엔 수도회 슈뢰더 아빠스는 ‘뭔가를 주려면 기꺼이 줘야 한다. 반환결정은 올바른 것이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합니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반환이었습니다. 2013년 국외소재문화재단에서는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 책을 간행하여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2012년에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재단이 올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일본 천리대학교가 숨겨서 보관하고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하루속히 고국의 품으로 반환해 와야 하는 것입니다.



출처 : 경북일보(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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