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충만함을 느껴본 지가 언제였나. 만연한 물질문명과 각박한 일상 속에서 기도도, 미사 참례도 무덤덤해지는 자신을 고백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박재찬 신부(안셀모·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본원장)는 영적 갈망이 커지고 있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온전히 일치하는 삶”을 제안한다. 그리고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1915~1968)을 본보기로 소개한다. 이번에 발간한 신작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어라」는 영성 생활을 새롭게 하고 싶은 이들, 또 토마스 머튼을 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길잡이다.
“영적 여정을 걸어온 신비가들을 보면 우리와는 뭔가 다른 영역의 분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머튼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친근함을 느낄 수 있어요.”
토마스 머튼 신부는 미국 겟세마니 수도원의 트라피스트 수도승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무책임하고 방탕한 삶을 살았으나, 회개의 길로 들어선 이후부터는 수도승으로서 관상과 수도생활, 사회운동, 종교간 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저술 활동을 했다.
박재찬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한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으로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 ‘토마스 머튼 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이번 신작에서 박 신부는 머튼의 영성을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스스로 소화하고 묵상한 내용을 담았다. 그만큼 기존의 머튼 관련 서적에 비해 쉽게 읽히고, 누구든지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저술했다. 한국화가 하삼두 화백(스테파노·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자유대학원 외래교수)의 삽화도 이해와 묵상에 도움을 준다.
박 신부는 관상에 대해 “이미 우리 가운데 와 계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라며, 누구든지 관상을 통해 보편적인 사랑, 인류를 향한 사랑, 그리스도의 도구가 되는 큰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책 제목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는 것’(Becoming the Love of Christ)이 머튼 영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랑하는 것(Doing)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랑이 됨(Becoming)으로써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과 하나 되어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과 일치할 수 있게 됩니다.”
박 신부는 사랑이 된다는 것이 한 번에 완성되지 않지만, 사랑이신 예수님과의 일치는 일생동안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소명이라고 말했다.
“매 순간 내 뜻이 아니라 예수님의 뜻을 선택하고 실천한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사랑이 되어갈 것입니다. 예수님 현존 가운데 머물며 그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